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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 청사진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법원의 '21세기 사법발전 계획안' 은 법률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별도의 추진기구를 만들어 4개월 동안 일선 법원의 아이디어 3백여건을 모아 완성한 사법부 청사진인 만큼 실천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계획안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국선변호인제 확대와 피고인의 증거접근권 보장 등 피고인의 인권 보호 강화다. 약자 위치에 있는 피고인의 권익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선변호인제 확대는 이미 검찰 개혁안에도 명시될 정도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더이상 미룰 명분이 없다. 추가 비용이 연간 5백억원 정도라니 정부가 다시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발목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은 현행 국선변호인제도가 수임료(건당 11만원)가 적어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피고인에게 검찰 기록의 열람.등사를 허용한 증거개시제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이란 측면에서 획기적인 제도다.

검찰이 주도권을 행사해온 형사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이 대등한 위치에서 공격과 방어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이 부분은 검찰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법관 단일호봉제와 법관 전문화제도의 도입도 평가할 만하다. 법관의 직급.직책에 대한 부담이 '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가로막고 현실적으로 사기 저하.집단 이직의 요인이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사회.경제가 복잡해지는 추세에 대비한 법관 전문화도 서둘러야 한다. 다만 계획안에 사법권 독립을 위한 제도나 의지가 명시되지 않아 아쉽다.

'수요자 중심의 사법 서비스' 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고 외압.여론으로부터 독립한 의연한 모습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사법부의 급선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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