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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박남철 '연날리기'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한번 날아보구 싶어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고

오온 동네방네 쏘다녔던 그 어릴 때처럼

훌훌훌 코 흘리면서 한번 날려보구 싶어라

이 고요한 언덕배기 위에 두다리 벌리고 서서

높이 날려 올리고 싶어라

언젠가 바람은 불어오리라

흔들리지도 않는 높은 산봉우리를 그려 바라보며

소리도 없이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돌아보면 오 광활한 세계.

-박남철(47) '연날리기' 중

영일만에서 바라보는 동해 일출은 더 눈부시리라. 그 바닷가의 언덕배기에서 훌훌훌 코 흘리면서 키가 자란 박남철의 어린날이 연이 되어 하늘 높이 떠 있다. 그러나 날개가 없어서, 아니, 그 무엇으로라도 어린날에 가슴에 담았던 그 광활한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이는 없는 것. 끝없는 욕망의 얼레는 풀리지 않고 바람도 불어오지 않는 삶의 언덕배기에서 박남철은 오늘 같은 겨울 아침에 연을 날린다. 연처럼 한번 날아보려고 한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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