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日출판계, 실용문고로 불황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전례없는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출판사들은 실용문고로 탈출구를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신서(新書)' 창간 붐에 이어 순발력으로 승부 하는 실용문고에 사운을 건 출판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때를 잘 맞춰 잡학.에세이 등 가벼운 읽을거리를 문고판으로 속속 출간해 매출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중견출판사 미카사(三笠)서방. '최고의 정보' 란 뜻으로 이름붙인 '오사마(王樣〓임금님)문고' 는 지난 달 7일 '홀로여행 욕심장이 유럽' '돈-이면의 이면정보' 등 20종을 1탄으로 출간했다. 이중 절반 가량이 발매 후 즉시 재판에 들어가는 호조를 보였다.

이달 15일에는 쇼덴샤(祥傳社)가 잡학.정보 관련의 '쇼덴샤 황금문고' 를 낸다. 우선 '왜 사람의 소문은 75일이면 끝나는가' '여성의 최고 절약술' 등 9종을 발간할 예정이다.

오는 6월 초순에는 고분샤(光文社)가 '고분샤 지혜의 숲 문고' 를 창간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실용서.에세이 등이 중심이다.

이처럼 일본 출판사들이 실용문고 창간에 나서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소설이 팔리지 않는데 따른 위기감 때문. 쇼덴샤나 고분샤의 기존 문고는 소설 중심이었으나 베스트셀러를 쏟아내는 작가가 줄어들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그동안 지적인 실용문고에 주력했던 미카사서방도 타깃을 젊은 층에 맞춰 여러 종류의 책을 단기간에 파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일본 출판사들이 실용문고 출판에 나서는 것은 1998년도 서적판매액이 전년에 비해 5.9%가 줄었으나 편의점이나 역에서도 팔리는 문고의 경우 오히려 2.5%가 늘었다는 출판과학연구소의 조사결과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문고판이 약하고 출판 환경이 다른 우리 나라에서 일본 출판계 동향이 얼마나 변수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김국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