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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하라 감독 “양현종 가능성 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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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KIA 투수 양현종이 요미우리를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나가사키=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가 일본 나가사키에서 ‘보물’을 찾았다. KIA 왼손투수 양현종(22)이다.

양현종은 14일 나가사키 빅N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한·일 챔피언십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요미우리를 상대로 5와3분의2이닝 동안 3피안타·1실점했다.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와 예리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삼진을 여섯 개나 뽑아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챔피언 KIA는 3-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9로 역전패했다.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은 경기 뒤 “양현종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국가대표로 성장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투수”라고 극찬했다. 요미우리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도 “초반엔 타자들이 손대지도 못할 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기찬 투구를 보였다”고 칭찬했다.

양현종으로서는 한·일 우승팀 간 경기에 선발 등판한 것부터 행운이었다. 에이스 윤석민이 기초군사훈련을 받느라 불참했고, 외국인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제4선발인 그에게 기회가 왔다. 독한 감기로 지난주 입원까지 했지만 양현종은 “던질 수 있다. 경기에 내보내 달라”고 자청했다. 낯선 마운드에서 최강 타자들을 상대한 양현종은 거침 없는 피칭을 펼쳤다. 5회까지 무실점 호투한 그는 3-0으로 앞선 6회 초 오가사라와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왼손 타자가 많은 일본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강속구 좌완 투수에게 약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구대성(한화), 2008 베이징올림픽 김광현(SK),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봉중근(LG) 등이 ‘일본 킬러’로 활약한 좌완이었다.

단 한 경기로 ‘일본 킬러’ 계보를 이을 후보로 올라선 양현종은 “요미우리 타선이 아시아 최강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잘 때릴 수 없을 것으로 믿고 자신 있게 던졌다. 이번 대회는 내가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편 KIA는 손영민·곽정철 등 구원투수들의 난조로 역전패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나지완은 4타수 2안타·3타점으로 활약했고, 이승엽은 4타석에서 2루타 두 개를 때렸다. 조범현 KIA 감독은 “불펜이 무너지면서 역전패를 당한 것이 아쉽다”고 씁쓸해했다. 하라 감독은 “윤석민이 왔더라면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KIA는 훌륭한 팀이다.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였다”고 말했다.

나가사키=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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