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하토야마도 ‘미·일 동맹’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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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13일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도쿄 AP=연합뉴스]

13일 시작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은 최근 균열 조짐을 보이는 미·일동맹을 봉합하는 데 힘이 실렸다.

이 같은 노력은 두 정상의 발언에서 충분히 감지됐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미·일동맹은 일본 외교의 기초”라고 했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미·일동맹은 두 나라뿐 아니라 아시아 안보의 기축”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시내 총리관저에서 만난 두 정상은 현관에서 회담장까지 가는 도중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하토야마는 회담 전 “아시아 순방국 중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주신 것을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오바마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종종 하토야마 총리를 ‘유키오’라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논란이 됐던 하토야마의 ‘대등한 미·일관계’에 대해 오바마는 “미국과 일본은 과거 및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대등한 파트너 관계”라고 강조했다. 핵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 방문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임기 중 방문하게 된다면 명예로운 일”이라고 말해 이들 피폭지 방문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일 간 최대 쟁점사안인 오키나와(沖繩)현의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선 두 정상은 말을 아꼈다. 하토야마는 “새로 설치되는 각료급 회의체에서 조속히 결론 내겠다”고 했고 오바마도 “신속히 논의를 끝내길 바란다”고만 답했다.

한편 오바마는 방일에 앞서 가진 NHK와의 인터뷰에서 북·미회담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미대화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분명히 6자회담의 넓은 토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구체적인 회담은) 곧 시작된다”고 말했다.

미·일 정상은 또 이날 회담에서 비핵화와 지구온난화 대책, 에너지 협력 등 3개 분야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하토야마는 향후 5년간 50억 달러 규모를 아프간 재건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오바마에게 밝혔다.

하토야마는 이날 만찬을 마친 뒤 14일 새벽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출발한다. 오바마도 14일 오전 도쿄에서 미국의 아시아 외교정책 연설을 하고 일왕(일본에선 천황)을 예방한 뒤 오후에 싱가포르로 떠날 예정이다.

◆미셸 오바마는 동행 안 해=오바마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는 부인 미셸 오바마가 동행하지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두 딸이 워싱턴의 사립학교 6학년과 3학년에 다니고 있다”며 “미셸은 공무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식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미셸은 13일 오후(현지시간) 건강보험개혁과 관련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고령 여성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연설한다. 미셸은 그간 유럽 등 오바마의 외국 방문 때 동행하면서 다양한 패션과 언행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도쿄·워싱턴=박소영·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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