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엑소더스'에 해외기업도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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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많은 외국 기업에서 우수 직원들이 인터넷 벤처분야 취업을 위해 이직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해당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같은 현상을 '닷컴 엑소더스' 라고 명명하고 "기업들은 직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으며, 그래도 이직을 강행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훗날을 위해 정(情)을 선물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 "떠나지만 말아요" 〓컴퓨터 서비스 그룹인 미국 EDS는 지난달 자회사인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와 15억달러를 공동 투자, 벤처기업을 설립했다. 벤처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다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아예 자체 소화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세계적 경영컨설팅 업체인 미국 브즈알렌 앤드 해밀턴은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려는 직원에 대해 사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데이비드 뉴커크 사장은 "우수한 직원들을 잃어 많은 인터넷 사업계획이 무산되는 것보다는 파트타임으로라도 데리고 있는 게 훨씬 낫다 "고 말했다. 파트타임제는 직원들이 업무수행 중 취득한 정보를 갖고 퇴직함으로써 정보가 유출되는 부작용을 막는 잇점도 있다.

상당수 업체들은 직원들이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것을 최대한 도와주는 창업지원 부서를 만들고 있다.

유럽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는 지난 2년간 미국담당 직원의 상당수를 인터넷 업체에 빼앗기자 지난달 미국담당 부서의 전직원에 대해 스톱옵션을 주기로 했다.

◇ "이왕이면 성공하세요" 〓지난 5년간 영국항공에서 인터넷 업무를 담당해온 쥴리아 그로브는 올해 초 뉴스 코퍼레이션과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작 투자회사인 E벤처로 옮기면서 영국항공측으로부터

"당신을 졸업생으로 생각한다. 장차 성공을 기원한다" 는 축하의 말을 들었다. EDS의 딕 브라운 회장은 "직원들이 끝까지 이직을 고집할 경우 좋은 관계 속에서 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신생 벤처기업의 65% 이상이 2년 이내에 망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만둔 직원들이 복직을 희망할 가능성이 많고, 그럴 경우 이들이 쌓은 많은 경험과 아이디어가 회사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만약 성공을 하게 되면 사업 파트너로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소프트업체인 오라클의 경우 떠난 직원들의 상당수가 벤처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둔 뒤 '친정' 인 오라클 제품을 구매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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