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0만가구 건설안] 물량 치중…미분양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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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건설교통부가 2일 발표한 '50만가구 건설계획' 은 정부 지원을 통해 주택의 양적 공급을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정자금과 국민주택기금 자금을 합쳐 총 17조원이 투입되는 이번 정책은 주택보급률을 끌어올리고 주택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소형주택 위주의 물량 확대에 치우쳐 주거수준의 개선같은 질적인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분양이 쌓여 있는 소형주택을 또 늘려야 실효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 소형위주 공급 확대〓50만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주택을 19만가구 공급하면 전체 주택건설물량 가운데 소형의 비율이 지난해 29%에서 올해 38%로 크게 높아진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중소형(전용면적 25.7평 이하) 공공주택까지 합치면 30만가구로 지난해 물량의 2배에 달한다.

발표대로라면 무주택자가 18평 이하 주택을 마련하는데는 자기돈이 30%밖에 들지 않는다.

이같은 물량위주의 방향 설정은 이미 지난달 3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예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金대통령이 "주택 50만가구를 지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하겠다" 고 밝힌 이후 건교부는 올 주택공급목표를 당초 45만가구에서 50만가구로 올려잡고 국민주택기금 집행예정액을 2조4천5백억원 늘리는 등 후속대책을 마련하느라 애를 먹었다.

50만가구 계획이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란 의심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전문가들은 비판적〓전문가들은 제한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50만가구는 너무 많아 미분양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또 돈을 풀어 소형주택 건설물량을 채우겠다는 의도도 실효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50만가구 건설계획이 지나친 욕심으로 공급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내용의 분석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현재의 적정 주택공급규모는 33만가구 정도며, 50만가구를 그대로 지을 경우 10만가구 이상의 미분양 사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형주택을 많이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나쁠 게 없다" 면서 "다만 소형주택도 구매자가 선호하는 곳에 짓는 등 입지와 지역적 물량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면 대규모 미분양을 피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올해 신규주택 수요를 41만가구로 추정했다.

연구원의 김우진 박사는 "소형주택의 경우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는 미분양될 가능성이 크다" 며 "중형주택 공급을 늘려 소형 수요를 줄이거나 소형주택의 위치.구매계층 등을 고려해 차별화된 공급정책을 내놓는 등 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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