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안된 알권리보다 사생활 보호가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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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사는 물론 사설의 내용이 허위일 경우와 당사자에게 불리한 인터뷰 기사를 당사자의 동의없이 신문에 게재한 것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李性龍부장판사)는 2일 이훈규(李勳圭) 서울지검 특수1부장 등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수사팀 검사 12명이 조선일보와 이 신문사 정중헌(鄭重憲)논설위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 1인당 1천5백만원씩 모두 1억8천만원을 배상하라" 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비록 '의혹' 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검찰이 불법감청을 했다는 허위내용의 사설을 당사자의 해명도 듣지 않고 게재해 해당 검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李부장 등 검사들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7월 31일 '휴대폰도 도청되나' 라는 제목으로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과 강희복(姜熙復) 전 조폐공사 사장의 휴대폰 통화를 검찰이 도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하자 1인당 3억원씩 3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또 MBC 앵커출신 백지연(白智娟.36)씨가 자신의 아들과 관련해 PC통신 등에 게재된 허위소문을 기사화한 스포츠투데이와 담당 기자를 상대로 낸 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1억원을 배상하라" 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비록 공인의 사생활 보도라도 본인의 명시적 혹은 묵시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며 "白씨가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는데도 이를 보도한 만큼 언론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고 밝혔다.

白씨는 지난해 7월 스포츠투데이측이 '백지연 모함, 이혼배경 관련 사이버테러' 라는 기사에서 자신의 이혼배경에 대해 PC통신에 오른 소문과 관련된 인터뷰 기사를 게재, 명예를 훼손했다며 담당기자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 판결의 의미〓법원의 판단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에 비해 그동안 소홀히 취급돼온 공인들의 명예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법원은 특히 조선일보와 검사들이 사설 내용을 놓고 벌인 송사에서 "사설 내용이 비록 검사들을 직접 지칭하지 않고 공공기관을 통칭해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해당 당사자를 유추해 알 수 있다면 언론사는 그들에게 실추된 명예를 보상해야 한다" 고 판단했다.

또 白씨의 경우에도 이미 PC통신 등에 유포된 소문에 대한 해명성 인터뷰 기사임에도 "본인의 보도 반대를 묵살했다" 는 이유를 들어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라는 상충되는 이해를 언론이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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