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자민련 '붙잡기' 안감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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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한나라당은 1일 저녁 선거법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자민련을 붙잡기 위해 발버둥쳤다.

현재 의석수는 민주당 1백3석, 한나라당 1백31석, 자민련 53석. 선거법 처리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중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때문에 민주당·한나라당간의 대치는 자민련이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판이 날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조해왔던 자민련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 명단발표 뒤 선언했던 2여(與)공조 파기가 현실로 느껴졌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오후 7시30분 소집된 의원총회 도중 "한나라당이 선거구획정위 안(인구 상.하한선 9만~35만명)을 무산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안을 준비하고 있다" 며 단합을 호소했다.

이어 "자민련 의총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회의를 갖자" 고 말했다.

의총 직후 청와대의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이 국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은 곧장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권한대행 등을 만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韓실장은 "선거법 처리는 자민련에 달려 있다" 며 국회의사당을 총총히 떠났다.

같은 시간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의총에서 "우리가 이기든 지든 오늘 결판을 내겠다" 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자민련의 동조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지역구 26곳을 줄이는 선거구획정위 안과 지역구 10곳이 줄어드는 9만~31만명 안, 그리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1인2표제를 각각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인2표제를 반대하는 자민련의 도움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 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자민련은 이런 움직임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2시간가량 계속된 자민련 의총에선 '선거구획정위 안을 수용하되 1인2표제를 받지 않는다' 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한나라당의 손을 하나씩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긍규(李肯珪)총무는 "여야 3당이 선거법 합의처리를 전제로 협상해왔기 때문에 표 대결에 응하지 않겠다" 며 본회의 불참의사를 밝혔다.

3당 구도속에서 자민련이 가진 위력의 실체를 보인 하루였다.

이양수.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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