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010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은 백용호 국세청장. [김형수 기자]
올해 정부가 편성한 특수활동비 총액은 대통령실 등 20개 기관에 걸쳐 모두 8647억88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0.3%(24억2800만원) 늘어난 액수다. 이 중 예산 전체가 특수활동비로 분류되는 국가정보원에 4857억원이 배정됐으며 나머지 3791억원은 19개 부처가 나눠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분석에 따르면 이 3791억원 가운데서도 71%에 해당하는 2678억원이 사실상 국정원 예산이란 것이다. 이 같은 ‘분산 편성’이 가능한 것은 국가정보원법이 “국정원의 예산 중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다”(12조3항)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특수활동비 1641억원 중 1630억원, 경찰청 특수활동비 1250억원 중 819억원이 국정원 예산인 것을 비롯, 정보 및 수사 활동과 무관한 교육과학기술부(25억원)·방송통신위원회(26억원)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들어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힘 있는 기관들 특수활동비 늘려=부처별 증감 현황엔 기관들의 힘이 반영돼 있다. 대통령실은 25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해 221억원보다 15.3% 늘었다. 외교통상부의 특수활동비 8억6400만원도 청와대가 쓰는 돈이다. 수장이 바뀐 국무총리실에도 지난해보다 8.9% 많은 11억6000만원이 배정됐다. 새로 생긴 특임장관실도 11억원을 반영해 줬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12일 정무위원회에서 “특임장관의 특수활동비는 과거 정무장관이나 정무수석이 여야 의원들을 만날 때 자금을 주는 관행에 따른 것 같은데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운영위 에 출석한 김백준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꾸준히 늘고 있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지적에 “대통령실 살림살이는 마른 수건을 짠다는 각오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수활동비 왜 문제인가=특수활동비는 ‘묻지마 예산’이다. 영수증 첨부 없이 수령자의 서명만으로 현금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 내역은 감사원 결산검사와 국회 자료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대개 범죄수사나 정보수집 비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는 직원 격려금 등 기관장의 ‘쌈짓돈’으로도 사용돼 왔다. 정상문 전 청와대총무비서관이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 돈 1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됐다.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각 기관장이 자의적으로 써온 특수활동비는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장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