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이처럼 전원회의 심의를 연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정위는 이날 전원회의에서 LPG 업체들이 2003년부터 최근까지 가격을 담합해 약 22조원의 부당 매출을 올렸다며 1조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PG 업계는 공정위가 구체적인 물증 없이 ‘짜맞추기식’ 조사를 했다며 반발했다.
◆LPG 가격 담합 있었나=LPG 가격은 2001년부터 업체 자율로 정하도록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정부가 가격을 고시해왔다. 시장에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SK에너지·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E1·SK가스 등 6개 LPG 업체는 비슷하게 가격을 조정했다. 실제 지난해 6개 업체의 LPG 공급가격 편차는 L당 0.79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공정위는 이를 가격담합의 주요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 두 곳이 LPG 가격 담합을 위해 수시로 만나 가격 정보를 교환한 사실을 자진신고해 왔다”며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 LPG 업체들은 담합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 주장을 보면 막연하게 각종 모임이나 골프 모임을 해 왔다고 돼 있는데 그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왜 가격 비슷했나=국내 LPG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통보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LPG의 60%는 아람코 등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나머지 40%는 국내 업체들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함께 생산된다. 공정위는 국내 생산분마저 아람코 통보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건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LPG 업체들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LPG 양이 전체 원유 정제량의 3%밖에 되지 않아 생산 단가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다른 석유 제품들도 국제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원가 산정이 힘들기 때문에 수입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과다 논란=업계에선 1조원 선의 과징금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역대 최대인 올 7월 퀄컴의 과징금 2600억원보다 네 배 정도 많다. 과징금은 영업외 손실로 처리되면서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돼 LPG 업체들의 실적 및 재무 상황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PG 업계는 폭리를 취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에도 반발하고 있다. LPG 업계의 2003~2008년 평균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률’은 2%대 초반이다. 이는 공정위가 상위 48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수치(3.1%)보다 낮다. 이에 대해 공정위 핵심관계자는 “LPG 업체들이 교통비·주거비 인상을 유발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병주·손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