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구우며 자립 꿈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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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2일 개업한 나눔나무 베이커리 앞에서 주인공인 장애인들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12일 춘천시 효자동 팔호광장 인근 빵집. 흰색과 분홍색 작업복을 입고 위생모자를 쓴 장애인들이 시민에게 빵과 쿠키를 나눠줬다. 장애인 작업시설인 남양동산에서 제과·제빵 직업재활 교육을 이들은 정성껏 만든 비엔나소시지 빵과 단호박 등 각종 쿠키, 만주 등을 시민에게 권하며 이날 개업한 자신들의 제과점을 홍보했다.

장애인들이 빵 만드는 기술을 익혀 ‘나눔나무’ 베이커리를 창업했다. 겉을 나무로 장식한 제과점은 50㎡ 규모로 2개의 테이블이 있는 등 소박했다. 나눔나무 베이커리의 주인공은 홍순희(30)씨 등 8명. 이들은 모두 지적 장애인으로 강원재활원이나 장애인 그룹 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자립을 꿈꾸며 많게는 4년, 적게는 1년 정도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

가장 경력이 많은 홍씨가 처음 빵 만들기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2005년. 동료 2명과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3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다른 교육기관의 제과·제빵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지만 자신 있게 빵을 만들어 내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이들을 담당하던 남양동산 이성희 총무팀장(30)이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 2007년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하면서 달라졌다. 이 팀장은 춘천시의 지원을 받아 남양동산에 오븐기와 반죽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이들을 직접 지도했다. 이 팀장은 일반 교육기관과 달리 알기 쉽도록 설명하거나 반복하는 등 개인에 따라 맞춤식으로 지도했다. 교육 인원도 늘렸다.

이에 따라 성과도 나타났다. 만주 등 모양을 잘 내는 홍씨는 2007년 전국지적장애인제과기능대회에서 케익 데커레이션 부문 아이디어상을 받았다. 2008년 대회에서는 케익에 크림을 잘 입히는 이효순(23)씨와 계량을 잘 하는 조두순(22·남)씨가 함께 출전해 케익 데커레이션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이 팀장은 이 정도면 이들이 만든 제품을 베이커리에 내놓을 수 있겠다 싶어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올해 실시한 테마사업(장애인자활지원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공동모금회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아 가게를 얻고, 남양동산에 시설도 더 늘렸다.

나눔나무는 당분간 직접 빵을 파는 매장보다는 시식과 홍보용 장소로만 운영된다. 빵 맛이 소문나 주문(033-251-1603)하면 남양동산에서 빵을 만들어 공급할 계획이다. 재고 부담을 덜고, 신선한 재료로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서다. 베이커리에서 얻어진 수익은 모두 이들의 자활에 사용된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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