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미분양아파트 7900가구 '세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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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계약자에게 그랜저TG (싯가 2800만원)를 드립니다.” “분양가 500만원대.”“입주 후 프리미엄 보장.”

천안시내가 온통 미분양 아파트 홍보 현수막으로 ‘도배’를 했다. 홍보 효과 높은 사거리마다 불법현수막이 판을 친다. 시청 직원이 하루가 멀다하고 떼어내면 또 붙는 게 ‘아파트 세일’현수막이다.

아파트 시행사들은 애가 탄다. 완공이 코 앞인데 분양 완료는 멀었고, 입주한지 몇 개월 지났는데 텅텅 비었고…. “좋은 입주 조건을 만들어 내거는 데도 집은 안 나가고, 수요자들은 전셋집만 찾아나서니 어쩌죠?” 실제로 천안에선 몇 개월째 미분양 속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다.

미분양 감소세(?)

천안시내 곳곳에서 미분양아파트 홍보 불법 현수막 전쟁이 붙었다. 아파트측은 붙이고… 시청에선 떼고….[사진= 조영회 기자]

천안의 미분양 아파트는 분명히 줄고 있다. 천안시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천안의 미분양 아파트는 36개 단지 7949가구. 8월(미분양 8216가구)이후 267가구가 팔렸다. 천안에 올 신규 분양 아파트가 전무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부 아파트는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의 주요 미분양아파트 지역은 두정동·백석동·용곡동·신방통정지구에 밀집됐다.

▶두정동:대우 푸르지오(총 937가구, 이달 말 입주) 대우자동차판매 이안(935가구, 내년 10월 입주)

▶백석동:현대아이파크(1040가구, 올 4월 입주) 대우푸르지오(746가구, 내년 2월 입주) 계룡리슈빌(901가구, 내년 2월 입주)

▶청수동:우미린(724가구, 내년 8월 입주)

▶신방·통정: 한라비발디(764가구, 올 9월 입주) 한성필하우스(1049가구, 계약중) 대우푸르지오(417가구, 올 1월 입주)

▶용곡동:한라비발디(1163가구, 내년 6월 입주) 우림필유(499가구, 올 10월 입주) 삼성쉐르빌(295가구, 내년 3월 입주)

▶신부동:주공휴먼시아(341가구, 올 9월 입주)

▶불당동:한화 꿈에그린(297가구, 올 9월 입주)

▶쌍용동: 두산위브(99가구, 내년 2월 입주)

▶성정동: 금광포란재(293가구, 내년 5월 입주)

미분양 이유는 뭘까
일단 장기화된 경제 위기를 꼽는다. “누가봐도 분양조건은 좋은데 분양시기가 안 좋으니 영 맥을 못 추더라구요.” 한 부동산중개업자의 얘기다. 천안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현재 불당동 아파트들이다. 올해 초 112㎡형(34평형)이 2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신규 입주아파트는 동일 평형 분양가가 2억6000만원이상이었다.

부동산업계에선 현재 생활여건 상 ‘불당동 메리트’를 뛰어넘는 아파트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격 대비상 신규 아파트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불당동 아파트값은 112㎡형이 2억5000만원선까지 회복됐다. 그래서 일부에선 불당동 아파트값이 2억7000만원을 넘어 예전의 3억원대에 육박할 때면 미분양 아파트도 자연스레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땡처리’ 아파트 등장

“최고 1억 원을 깎아 드립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건 이른바 ‘땡처리’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분양가를 대폭 깎아 주거나 각종 금융혜택을 제시한다.

1년 이상 미분양 세대를 해결하지 못한 A사는 41평형 분양가를 30평형대 가격으로 낮추고 게다가 중도금 무이자를 더한 조건을 더했다. 하지만 미분양 가구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B사는 대형 평수가 팔리지 않자 파격 할인을 단행했다. 3억4000만원짜리 50평형대 아파트를 2억1000만원에, 5억1000만원짜리 70평형대 아파트를 3억9000만원에 내놓았다.

C아파트는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료 등 조건을 앞세워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공사대금 대신 받은 아파트 어찌할꼬
공사대금을 미분양 아파트로 받은 하청업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싼 값에 물량을 내놓고 있다. 실제 공사대금으로 저층 세 가구를 떠안은 한 하청업체는 원청사 부도로 자금난에 허덕이다 최근 분양가보다 3000만원이나 싼 가격에 아파트를 팔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질 경우 건설사들의 연쇄부도 등으로 ‘떨이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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