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 밀렵 성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는 지난 23일 오후 군산시 성산면 금강하구둑 갈대밭에서 천연기념물(제201호)인 큰고니가 상처를 입은채 파닥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병원으로 옮겨 X-레이 촬영을 한 결과 몸 속에 납탄으로 보이는 금속물질이 들어있었다.

엽총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치료 중이지만 살아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겨울 철새 수십만 마리가 겨울을 나고있는 군산 금강하구둑에서 밀렵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26일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금강하구둑에 밀렵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철새들이 하루 평균 2~3마리씩 숨진채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금강하구둑 팔각정 부근에선 청둥오리 13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조류보호협회는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보고 해부해 가검물을 검사하는 등 사인을 조사 중이다.

팔각정에서 1㎞쯤 떨어진 곳에도 지난달 18일 흑부리오리 3마리가 숨져 있었다. 이처럼 금강하구둑 일대에서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숨진채 발견된 철새만도 1백여 마리에 이르고 있다.

주변 주민들은 "밤 늦은 시간에도 총소리가 자주 들리는가 하면 아침에 독극물을 묻힌 먹이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고 말했다.

24일엔 엽총으로 흑부리오리 5마리를 잡은 蔡모(40.충남 서천군 장항읍)씨가 군산해경에 붙잡히기도 했다.

밀렵꾼들은 청둥오리 등 철새를 잡아 시내 음식점에 마리당 1만~2만원씩 받고 팔고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과 단체들은 밀렵꾼을 단속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회 측은 "단속 인력이 고작 3~4명뿐이어서 매일 밤 감시 활동을 할 수도 없고, 초고속 모터보트 같은 장비가 없어 밀렵꾼을 눈앞에서 놓치는 사례도 많다" 고 말했다.

군산〓서형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