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 작가 불참선언…광주비엔날레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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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개막 두달여를 남겨둔 광주비엔날레가 뒤뚱거리고 있다.

지난 18일 제3회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참가 작가인 홍성담.윤석남.임영선.김호석.김태곤씨 등 5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비엔날레 불참을 선언한 것. 선정된 작가 중 3분의2가 이탈한 것이다.

이들은 그간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이사장 차범석)에 작품 제작비 지원을 줄기차게 요청해오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보이코트' 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참가만 시켜주면 작품 제작에 따른 모든 출혈을 작가 혼자 감수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너 아니라도 할 사람은 줄을 섰다' 면서 뽑힌 것만도 감지덕지하라는 거죠. 창작자가 대접받는 풍토가 정말 아쉽습니다. "

이들은 "설령 재단 측이 특별 예산을 마련하더라도 불참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 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오는 3월29일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는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무엇보다 작가를 새로 선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서둘러 새 작가를 뽑는다고 해도 애초 주최측이 설정해놓은 전시 주제에 걸맞을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제작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때문에 주최측은 "한국 작가들에게만 돈을 주면 외국 작가들과 형평이 맞지 않는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원칙을 따지는 것으로 해결될 성 싶지 않다.

한국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 재단에 갖는 골 깊은 불신감 때문이다.

작가들은 "해외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생색을 내려고 뒷돈을 쓴다는 소문이 1, 2회때부터 나돌았다" 며 "본 전시보다 홍보 행사나 부대 이벤트에 치중하니 당연히 작가들에게 줄 돈이 없지 않겠느냐" 며 흥분하고 있다.

오광수 총감독은 지난 21일 전시기획위원회를 열어 "한국 작가 5명의 사퇴를 일단 받아들이고 커미셔너와 협의해 새 작가를 선정하겠다" 고 결론을 지었다.

다만 "새로 작가 선정을 한다 해도 현재로선 졸속 기획이 될 수밖에 없다" 는 한국관 김홍희 커미셔너의 호소를 받아들여 "만약 조속한 시일 내에 불참 의사를 철회하면 받아들이겠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작가들의 요구와 주최 측의 원칙론이 팽팽하게 맞서있는 현 상황에서 극적 타결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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