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영화] KBS2 '분노의 역류'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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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분노의 역류(KBS2 밤 10시)

경망스러운 표현이지만, '불구경' 만큼 시선을 잡아매는 볼거리도 흔치 않다. 화재로 입는 피해나 인명이 걱정스러워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삼킬 듯 날름대는 화마(火魔)로부터 눈을 못 돌리는 걸 우리에게 내재한 '악마에의 유혹' 과 비교한다면 잰 체하는 표현일까.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실감나는 화재장면 때문에 관객을 꽤 모았다.

불길이 객석을 향해 화면 전체로 확 밀려올 때의 짜릿함에 형제간의 갈등과 마찰, 동료애 등의 스토리가 겹쳐 재난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타워링' (1974년)의 재판(再版)을 보는 듯 했다.

방화에 숨겨진 음모와 구조과정의 극적 재미라는 면에서는 '타워링' 에 못미쳤지만 화재를 재현한 특수효과 면에서는 앞섰다는 평을 받았다.

순직한 소방관의 아들로 역시 소방관의 길을 걷는 두 형제. 그러나 형인 스티븐(커트 러셀)은 동생 브라이언(윌리엄 볼드윈)이 못마땅하다.

소방관으로서 사명감이 없이 흐리멍덩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생은 형이 독불장군 스타일이어서 싫다. 그래서 사사건건 부딪히고 서로 미워한다.

그러던 중 '역류' 라는 희귀한 폭발현상으로 3명이 차례로 죽는 사건이 발생, 화재 조사관인 림게일(로버트 드니로)이 수사에 착수한다.

형에 대한 열등감과 마찰을 못 견딘 동생은 소방서를 뛰쳐 나와 림게일의 조수로 일한다. 조사 결과 살인을 목적으로 한 방화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시의원을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사건이 얽혀간다. 감독 론 하워드. 원제 Backdraft .1991년작. 1백32분.

*** 메릴 스트립의 사후세계(SBS 밤 12시10분)

소재와 접근법이 독특하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루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 속에 진실이 있다는 듯 우스꽝스럽게 접근한다. 이승의 삶에 싫증나고 지친 사람들은 때때로 저승을 꿈꾼다.

그런데 저승이라고 만만한 세계가 아니다. 염라대왕처럼 거기도 재판관이 있다.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고달픈 이승으로 다시 되돌려진다. 따라서 자신이 이승에서 얼마나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살았는지를 변호해야 한다.

교통 사고로 저승에 간 데니얼 밀러(앨버트 브룩스). 우연히 마주친 줄리아(메릴 스트립)에게 홀딱 반했다. 이제 필사적으로 저승에 남으려 한다.

하지만 지은 죄가 수두룩하니 이걸 어쩐담. 요리조리 말꼬리를 돌려보지만 재판관을 속이기가 쉽지 않다. 주연 겸 감독 앨버트 브룩스'는 미국 중산층의 삶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유능한 코미디언 출신. 원제 Defending Your Life. 91년작. 1백11분'.

*** 로미오와 줄리엣(EBS 일요일 낮 2시)

한국에 '춘향전' 이 있다면 서양엔 '로미오와 줄리엣' 이 있다. '로미오와…' 은 영원한 로맨스의 대명사라 여러차례 영화로'만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영국.이탈리아 합작인 이 영화는 드라마적인 요소보다는 화려한 의상과 '무대에 더 비중을 뒀다. 베로나.베네치아.시에나 등 배경도시들을 강조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무도회 장면은 관능적일 만큼 화려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대사들을 빠뜨려 문학적인 향기는 덜하다''.''원제 Romeo and Juliet. '1954년작. '1백36분. ' 감독 레나토 카스텔라니. 주연 로렌스 하비. 수전 센탈.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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