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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홍수…주가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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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코스닥시장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연이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에선 투매가 이어져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도 무색해졌다.

20일 코스닥지수는 오후 들어 미국 나스닥 100선물지수가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폭이 좁아지긴 했으나 매물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1백90 아래로 밀렸다.

대우증권 최용구 코스닥팀장은 "미국시장과 동조화가 깨진 만큼 국내시장이 살아나자면 국내 요인에 의해 투자심리가 회복돼야 할 것" 이라며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가실 때까지는 보수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 코스닥시장의 '묻지마' 팔자〓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의 장철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장세에서 팔자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세력은 일반 법인들" 이라며 "이들이 지난해 코스닥 등록 전에 사둔 주식들은 지금도 이익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무조건 팔자에 나서고 있다" 고 지적했다.

게다가 올해 코스닥시장에 들어온 개인투자자들도 주가급락으로 자금이 묶이자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곧바로 물량을 내놓아 장세가 회복될 틈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코스닥 등록예정 물량도 부담〓지난해 집중됐던 공모주 청약 등의 물량도 언제든 시장이 회복되면 쏟아져 나올 매물인 데다 올 2~3월 2백~3백여개 기업이 새로 코스닥에 등록할 것이란 점도 장세 압박요인이다.

지금도 팔자가 많은 상황인데 신규등록 물량까지 가세할 경우 장세 회복이 그만큼 더디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하이일드펀드와 신용금고들이 공모주 청약을 통해 사들인 물량을 계속 팔고 있는 것도 물량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가시지 않은 금융시장 불안〓정부가 잇따라 '2월 대란설' 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일부 지방은행이나 종합금융사의 자금 압박설까지 나돌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대우증권 최용구 코스닥팀장은 "코스닥시장이 미국과 다른 점은 대우채 환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 이라며 "이같은 요인이 사라지는 2월 8일까지는 투자심리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내다봤다.

◇ 뇌동매매는 금물〓개인투자자들은 시장분위기가 비정상적으로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장세에 휩쓸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 김진수 선임연구원은 "1백70선 안팎에서 바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큰 만큼 뇌동 매매보다는 장세흐름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 고 설명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최근 급락장세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외국인들은 코스닥지수가 큰 폭 떨어진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순매수를 기록했다.

정경민.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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