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사격 북 … 계획 도발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7년 만에 서해상에서 남북한 교전 사태가 생기자 청와대와 외교안보 관련 부처들은 하루 종일 분주했다. 핵심 관계자들은 진상을 파악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탐지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전 상황이 종료된 직후인 오전 11시40분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사태를 보고받았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칠레, 한·페루 정상회담과 관련한 준비 사항을 보고하던 김 수석이 걸려온 전화를 나가서 받고 들어와 이 대통령에게 교전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보고를 받자마자 이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보 태세 강화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며 “특히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침착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1시30분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국방부·통일부·외교통상부 장관과 국정원장, 국무총리실장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 수석·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한 시간 동안의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 경비정의 북방한계선(NLL) 월선과 이에 따른 교전 과정에 대해 자세한 보고를 들었다. 또 이번 사태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끼칠 영향을 참모들과 점검했다. 한 참석자는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과 관련해 “북한 지도부가 계획적으로 교전을 일으킨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우리 측을 향해 북한 해군이 수십 발을 조준 사격한 것으로 미뤄 의도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회의가 진행 중이던 오후 2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정운찬 총리는 의원들을 향해 서해교전 상황을 설명했다. 정 총리는 “오늘 교전은 우리 측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에도 북측이 우리 고속정을 직접 공격해옴에 따라 우리 측이 응사한 것”이라고 사태를 정리했다. 그러면서 “오늘 교전은 우발적 충돌로, 국민은 우리 군과 정부를 믿고 변함없이 일상생활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는 오후 5시에 따로 국방위원회를 소집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한나라당 긴급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해 북한 경비정이 NLL을 1.2마일 침범한 것과 관련, “상당한 거리라서 실수(로 넘어온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교전이 끝난 직후부터 우리 군의 피해 여부를 점검한 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기 위한 태세에 돌입했다. 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태영 장관은 “사단장과 여단장 등 지휘관들은 현장 위치에 대기하며 부대를 장악하고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서북지역의 해군 함정을 북한 해안포 사거리 밖으로 이동 배치하고 지휘관들을 작전 지역 내에 배치했다. 군은 또 관측장비의 가동률을 높이고 순찰을 강화하는 조치도 취했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인지 파악하느라 바빴다. 통일부는 특히 개성공단에 근무하고 있는 우리 측 근로자 등 방북자들의 안전 확인에도 힘을 쏟았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등 남북 교류협력 현장에서 특이 동향은 없다”며 "남측 인사들의 방북과 귀환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