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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기업] 한국화이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한국으뜸상품업체<2>

▶설립 1972년

▶종업원수 1천15명

▶매출액 1천7백억원(99년 추정)

▶인증 및 수상

- 장영실 상 수상(항공기용 복합소재 개발)

- 방위산업체 연구개발분야 대상

- 특허기술상 '세종대왕상' 수상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조용준(70)한국화이바 회장은 1986년 경남 밀양으로 공장을 옮긴 뒤 '복합재료연구소' 의 문을 열었다.

84년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혼자 힘으로 전기로 용융방식 유리섬유 생산기술을 개발한 것을 상품화한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연구소가 공장과 함께 경남 밀양에 있어 우수한 연구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방대와 전문대 출신 중 연구에 남다른 열정이 있는 10여명을 뽑았다.

조 회장은 살림집을 연구소가 있는 공장으로 옮기고 직접 연구개발 업무를 챙겼다. 그가 84년 혼자 힘으로 개발한 전기식 용융로 방식의 유리섬유 제조 기술은 중유를 이용한 탱크로 방식을 채택한 선진국들이 모두 개발을 포기한 것. 조회장은 "돈을 적게 들이면서 유리섬유를 만드는 방법을 궁리한 끝에 이 기술에 매달렸다" 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화이바는 92년에 유리섬유를 활용한 항공기용 복합소재를 만들어 냈고 회사 형편이 풀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미국 보잉.맥도널 더글러스사로부터 항공기 생산설비 업체로 인증받았고, 비행기 날개.내장재의 유리섬유 소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뒤 낚싯대.골프채'.테니스라켓'.방산용품의 소재를 잇따라 개발해 이들 제품의 매출액이 이제는 연간 5백~6백억원에 이른다.

또 전자회로 기판(PCB)에 들어가는 원소재인 동입힘적층판(CCL)도 최근 반도체 호황과 함께 연간 4백억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유리섬유 생산량 2백만t중 한국화이바는 연간 2만t을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1%선이다.

특수소재라는 한 우물만을 판 한국화이바는 카본섬유.탄소섬유 등 복합소재도 개발했다. 이 제품들은 비행기.방탄 헬멧.핵폐기물 보관장치.냉동 컨테이너 등을 만드는 전 세계 회사에 팔려나간다.

'독창력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는 경영철학을 가진 조 회장은 "2000년대에 상용화를 하려는 상품들에 대한 생각을 이미 1990년대에 했다" 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구상에 따라 연구원이 50명으로 불어났고, 준 연구원도 1백여명에 이른다. 98년 연구를 시작한 유리섬유로 만드는 상하수도관도 최근 개발을 마쳤다.

조 회장은 "철도차량에 들어가는 유리섬유 내장재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 고 밝혔다. 한국화이바는 이미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홍콩 지하철 차량 5백80대분의 철도차량 내장재를 납품하기로 했다.

조회장은 "유리섬유로 된 기차를 만들고 싶으나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는 등 우리 정부안에 이를 산업화하려는 조직이 없다" 고 아쉬워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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