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좋은 보직달라" 서울시 홈페이지에 하위직들 아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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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metro.seoul.kr)가 연일 시끄럽다.

1998년 12월 처음 도입된뒤 1년여만에 이뤄지는 5대 민생분야 시.구간 교류인사를 앞두고 6급 이하 공무원들 사이에 불안과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직 공무원들의 아우성이 터져 나오게 된 것은 서울시가 1998년 인사 당시 "세무.위생.건축.건설공사 등 부조리 취약 분야는 6개월마다 순환근무 시키겠다" 고 공언하고선 2년이 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홈페이지 자유토론 코너에서는 당초 인사에서 구정 업무 공백을 피한다는 이유로 잔류됐던 5백27명(현재는 3백59명)의 '필수 요원' 들이 집중 성토당하고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최근 서울시의 부패지수 조사에서 최악으로 꼽힌 토목분야(1백86명)를 비롯 ▶세무(1백10명)▶건축(53명)▶위생(10명)등 소위 '물이 좋다는 분야' 에서 길게는 3~4년 이상 근무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번 인사에서도 구청장에게 로비를 하거나 질병 등을 이유로 전보를 피하면서 "나는 이번에도 살아남는다" 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데 있다.

공무원 생활 4년째라고 밝힌 한 구청 공무원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한자리에 오래 머물러 사정을 잘 알게되면 권한을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기 쉽다" 며 "순환인사 얘기가 나오자 '필수' 들이 또다시 실력자에게 잔류를 청탁하고 다닌다" 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약삭빠르게 이권부서만 찾아다닌 사람이 장수해선 곤란하다" 면서 "힘들고 어려운 보직에서 묵묵히 일한 공무원에게도 '기회' 를 줘야한다" 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인사 무원칙을 꼬집으며 이번만큼은 한명의 예외자 없이 순환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물좋은 자리를 놓고 공무원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하자 홈페이지를 찾은 한 시민은 "젯밥에만 눈이 먼 서울시 공무원들을 보니 세금내는 시민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고 꼬집었다.

'사이버 논쟁' 이 확산되자 서울시 행정관리국은 "로비하는 공무원은 명단을 공개해서라도 뿌리뽑고 예외없는 순환인사를 단행하겠다" 고 밝혔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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