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광주 도심에 스크린 경마장이 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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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마사회가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화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광주 도심의 한 빌딩에 스크린 경마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마사회측은 스크린 경마가 건전한 스포츠며 세상살이의 고달픔과 스트레스를 덜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형 화면으로 중계되는 경마를 보면서 '돈 놓고 돈 먹는 행위' 가 과연 건전한 스포츠란 말인가.

얼마전 대전의 스크린 경마장에서 큰 돈을 잃은 사람이 자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마사회는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마권 판매에 따른 지방세 수입이 연간 75억원이나 되고, 1백80여명의 고용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연간 지역외로 유출될 돈이 4백억~5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변변한 공장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인 광주 경제규모로는 엄청난 돈이다. 또 고용이라 해봤자 관리직.경비원.매표원 등이 고작일 텐데 얼마나 큰 고용효과가 있을까.

스크린 경마장 예정지는 광주 도심 한복판이다. 지금도 교통지옥인데 3천~4천명의 경마 참여자들이 모여들면 시내교통이 마비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건물주인 D산업은 교통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고,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놓고 있을 뿐이다.

지금 광주시민은 한가하게 스크린 경마장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세계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고 무한경쟁의 시대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땀흘려 일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해야 할 때다.

마사회는 스크린 경마장을 유치하려는 도시가 많지만 광주를 배려해 결정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다른 도시보다 경제규모도 작고 가구 수입도 빈약하니 돈 놓고 돈 먹으라는 '배려' 란 말인가.

정찬용(鄭燦龍) 광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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