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금리·환율등 새 경제팀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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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상이 점점 빨리 변화하고 있다. 덕담으로 새해를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세계는 숨이 가쁠 정도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주 세계를 놀라게한 사건은 단연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워너그룹의 합병이었다. 미국은 물론 국내기업들까지 정신이 번쩍 들게할 정도의 뉴스였다.

1천8백20억달러라는 합병규모 자체도 사상 최대지만 합병이 가져올 파장은 더욱 만만치 않다. TV와 영화.출판으로 대표되는 '올드 미디어' (타임 워너)와 인터넷이라는 '뉴 미디어' (AOL)의 리더들이 제대로 힘을 합칠 경우 현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파장은 국내에도 머지않아 불어닥칠 것이다.

14일에 발표된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 최고경영자(CEO)직 사퇴는 AOL.타임워너 합병과 대조를 이뤘다. 반독점소송에 말려있는 MS사가 3개사로 분할될 위기를 맞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부침이 눈에 띈다.

AOL.타임워너의 합병 소식과 함께 미국 증시를 뒤흔들었던 금리인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파장이 축소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주말에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0.1%)은 4개월만의 최저치다. 이는 물가압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뜻인만큼 다음달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금리 인상폭은 0.25%포인트 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미국 금리보다는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더 신경이 쓰인다. 뉴욕시장의 원유가는 지난 14일 배럴당 28달러선을 넘어섰다.

지난 19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뛰는 이유는 석유수출국기구( OPEC)회원국들이 3월말로 끝나는 감산합의를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배럴당 30달러선도 넘어설 전망이다. 유가가 올해 물가관리의 복병이 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헌재(李憲宰)경제팀의 등장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 오늘 경제정책조정회의를 거쳐 발표될 2000년 경제운용계획은 강봉균(康奉均)경제팀이 그려둔 밑그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보다는 주가와 금리.환율 등 금융지표들의 움직임에서부터 '시장주의자' 를 자처하는 李장관팀의 의지와 능력이 시험받게 될 것이다.

이번주 증권시장도 새로운 경제팀의 정책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특히 지난주에 지수가 무려 12%가까이 하락한 코스닥시장이 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부터 예정된 경총(經總)의 최고경영자 연찬회는 새 경제팀과 재계의 관계를 저울질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전경련은 해체돼야한다" 는 취임직전의 발언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李장관은 이 연찬회를 통해 재계와 상견례를 갖는다. 그가 재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나갈지 주목된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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