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대비 영어준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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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외고입시제도 변화로 초·중 자녀를 둔 부모는 준비방향을 잡기에 혼란스럽다. 영어듣기 폐지방침을 밝힌 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입학사정관이 학생기록부 등을 통해 학생의 영어기초실력을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외고입시전형에서 돋보일 수 있는 초·중생 영어준비법을 알아봤다.

초등 영어일기 모음집으로 발전과정 한눈에

지난 3일, 강동구 명일동에 위치한 이수빈(12·고명초 6)군의 집. 노트를 펼치자 연필로 또박또박 적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한눈에 읽기가 어렵다. 영어이기 때문이다. 4학년 때부터 영어로 쓴 일기만 공책 7권 분량이다. 이번 여름휴가 때 가족이 함께 제주여행을 떠나 다금바리를 먹은 일부터 지난 일요일 아침 교회에 갔던 일까지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이군은 “매년 쓴 일기는 학교에서 제본해 책으로 만들어준다”며 “익숙해져서 한글로 쓸 때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이군의 담임 김수정 교사는 “수빈이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4학년부터 영어일기를 써 왔다”며 “스스로 영어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점에서 최근 입학사정관제가 주목하는 ‘능동적 인재상’에 잘 맞는 사례”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가장 비중을 두는 부분 중 하나는 ‘개인의 발전과정’이다. 장기간 꾸준히 쓴 영어일기·독후감은 이것을 잘 나타낼 수 있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 경기외고 김주성 입학홍보실장은 “생활기록부에서 주의깊게 보는 부분은 꾸준하게 영어에 관심을 갖고 실력향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라며“입학사정관은 지원자의 출신학교 담임교사의 평가를 신뢰하기 때문에 직접 선생님과 영어공부계획을 상담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객관적 자료로 제출할 수 있는 영어인증시험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장기적으로 목표점수를 정한 뒤 학기별·2개월 단위별로 단기 목표 점수를 정하고 꾸준히 응시하면 효과적이다. 이군은 현재 EBS TOSEL Junior 1급과 Intermediate 3급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꾸준하게 영어 일기를 쓰고 다양한 인증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등 국제단체 참가·활동으로 인상 심어줘야

늘어나는 수업시수로 바빠지는 중학생에겐 인터넷도 훌륭한 도구다. 개인 블로그에 영화감상평 등 한가지 주제를 정해 영어로 글을 올려본다. 시간이 흘러 성과물이 쌓이면 남부럽지 않은 영어 블로그가 될 수 있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그린피스 같은 국제단체에 가입해 온라인 활동도 해봄직하다. 외국인 친구와 전자메일로 주고받은 영문편지를 모아 엮으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정상 JLS 문상은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여러 활동에 욕심부리기보다 한 가지 콘셉트에 맞춰 집중적으로 활동하는 편이 좋다”며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싶으면 관련단체에 가입하는 등 장래희망과 연계해도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국제행사에 참가해 봉사활동을 한 경험은 외고입시뿐 아니라 차후 대학 입시 전형에도 유용하다. 부산국제영화제·광주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행사에서는 외국인 안내·통역 봉사 등을 모집한다. 관심있는 행사가 열리면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확인해본다.

다양한 영어 관련 대회 참가는 필수. 듣기·말하기·쓰기·읽기 분야의 다양한 대회에 고루 참가하는 것이 좋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대회를 고른다. 말하기에 자신있다면 영어 말하기 대회를, 글쓰기에 자신 있다면 영어 에세이 대회에 참가하는 식이다. 매해 출전한 경력이 쌓이면 영어과목에서 자신이 가진 강점을 표현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아발론 교육 입시전략연구소 김미성 수석연구원은 “외고의 입시전형이 아무리 바뀐다 해도 결국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원자의 영어실력과 꾸준한 노력 여부”라며 “단기에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실력을 쌓아 갈 것”을 당부했다.

[사진설명]“영어로 일기 써요.” 이수빈군은 생활 속에서 영어실력을 쌓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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