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유스텍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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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2일 오후 9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 청소년수련관내의 청소년 건전 놀이공간인 유스텍. 최신 유행하는 테크노 음악이 건물밖까지 요란하다. 그러나 정작 60평 규모의 유스텍 실내에는 열명도 안되는 청소년들이 어색한 표정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어쩐지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

자원봉사 디스크 쟈키인 朱모(18)군은 "오후 4~10시 사이 문을 열지만 하루 평균 입장 객수는 1백명도 안된다" 고 말했다. 하루 몇번씩 드나드는 청소년을 감안하면 실제 이용자는 한 시간에 10명에도 못미친다는 설명이다.

유스텍에 입장하지 않고 공원 한쪽 구석에서 춤연습에 열중인 박보미(15)양은 "유스텍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알았어도 수련원은 왠지 부담스러워서…" 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일주일에 세번 개장하는 서울 성동청소년회관 유스텍의 하루 이용객도 30~40명에 불과하다. 한번에 3백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서울수서 유스텍의 하루 입장객도 1백명 남짓이다.

서울시가 지난해말 6억9천여만원을 지원해 세운 서울시내 9개 유스텍이 홍보부족과 관리소홀 등으로 청소년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운영은 사회단체가 위탁받아 하고 있다.

인천 호프집 사건과 관련, 서울시가 개장을 너무 서둘러 유스텍에 대한 사전 홍보등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12월 23일 문을 연다고 홍보했던 YMCA 강남지회 유스텍은 아직 공사를 마치지도 못했다.

성동청소년회관 김인자(金仁子)관장은 "유스텍 홍보에 가장 효과가 큰 중.고교가 개학을 해야 운영이 정상화될 전망" 이라고 말햇다.

대부분의 유스텍이 공원 등 한적한 곳에 위치한 것도 청소년들의 기피를 부추긴다. 체육관을 개조한 수서.목동.노원구 유스텍을 찾은 학생들은 "분위기가 썰렁해서 즐겁게 춤 출 수가 없다" 며 발길을 돌렸다.

관리소홀도 청소년들의 외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0일 보라매 공원의 경우 유스텍의 정문을 걸어 잠근채 뒤편 쪽문만 열어두고 있었다. 당일 사회단체 야근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관리는 디스크 쟈키에게 맡겨두고 야근자가 1시간에 한번 정도 순찰을 돌면 그뿐이어서 긴급 사고시 제대로 대처가 될지 궁금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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