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관할 힘세진 민정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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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 민정수석의 힘이 세졌다.

다른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비교할 때 역할공간이 두드러지게 넓어졌다.

사정(司正)과 고위 공직자 인사자료를 맡는 법무비서관 역할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법무비서관은 현 정권 들어 비서실장 직속으로 있었다.

김성재(金聖在) 수석시절 민정수석실이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쓰다듬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사정의 칼을 쓰는 곳으로 바뀌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도 이런 시스템이었다.

1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내놓은 청와대비서실 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민정수석실의 이같은 역할 변화다.

민정수석실의 강화는 먼저 옷 로비 사건의 접근과 처리과정의 반성에서 출발했다.

구속된 박주선(朴柱宣) 전 법무비서관이 사직동(경찰청 조사과)팀의 문서를 김태정(金泰政) 전 검찰총장에게 넘겨준 것은 법무비서관의 직급(1급)이 검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급 법무비서관이 차관급만 40여명에 달하는 검찰조직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점이 지적돼왔다" 고 설명했다.

검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선 검사장급 이상 검사를 데려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청와대 내부에 확산돼왔다.

신광옥(辛光玉) 대검 중수부장은 이런 측면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의 우선 대상에 줄곧 올랐다.

한때 검찰의 중립화 측면에서 검찰을 떠난 변호사 중 특수부 출신들을 고르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으나 현 검찰팀과의 협조 측면에서 제외됐다.

여기에는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온 金대통령이 올해부터 부정부패 척결에 힘을 쏟겠다고 강조한 의지도 담겨 있다.

그럼에도 朴전비서관이 물러난지 한달반이 넘도록 개편을 미룬 것은 '작은 청와대'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청와대측은 해명하고 있다.

개편 전 민정수석실이 시민단체.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金대통령의 통치이념을 상징하는 조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역할 변경의 부담을 느꼈다는 것.

그러나 국민회의측이 수도권 선거대책으로 김한길 정책기획수석의 차출을 요구하면서 정책기획수석이 그런 역할을 떠맡는 것으로 고민을 정리했다.

청와대는 이것으로 수석실 개편이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노동부장관 발탁설이 나돌던 김유배(金有培)복지노동, 부산 출마를 권유받았던 조규향(曺圭香)교육문화수석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기로 한 것이다.

曺수석은 출마를 고사해왔다.

청와대는 사직동팀을 존속할 방침이다.

한광옥(韓光玉)실장은 "비서실과 대통령 친인척.정부 고위인사들에 대한 투서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직동팀의 존속문제는 야당의 반발 등 논란이 예상된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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