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겨울철 이색 즐거움 얼음낚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꽁꽁 언 저수지 위. 얼음을 깬 뒤 낚싯줄을 드리우고 나면 기다림이 시작된다. 발가락이 얼어붙지만 물고기가 놀랄까봐 발을 동동 구르지도 못한다.

갑자기 움직이는 찌. 가느다란 낚싯대를 통해 묵직함이 전해오고, 줄을 따라 하늘로 치솟는 붕어는 추위까지 날려 버린다.

얼음낚시의 계절이 왔다. 단단한 얼음을 딛고 눈여겨 봐뒀던 입질 포인트까지 걸어가 좌대를 편다. 찬바람이 코끝을 엘 정도로 휘몰아치지만 '낚시삼매경' 에 빠지면 추위는 어느덧 한켠으로 물러선다.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도 마냥 즐거운 모습이다.

지난 9일 오전 분오리지(인천시 강화군 화도면)를 찾은 오영국(57.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씨는 2시간여동안 15~20㎝급 붕어 18마리를 낚았다.

30여년간 낚시를 했다는 오씨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얼음낚시는 해가 중천에 떠있는 오후 1~2시쯤 가장 입질이 활발하다" 며 "다른 사람들은 보통 5~6마리밖에 낚지 못해 예년보다 조황이 좋지 않다" 고 설명한다.

전국의 얼음낚시 명소로는 수도권 얼음낚시의 메카인 분오리지(인천시 강화군)를 비롯해 남양호(경기도 평택시).강포지(강원도 철원군).칠성지(충북 괴산군).대호만(충남 당진군).봉산지(경북 상주군) 등이 꼽힌다.

강포지는 20㎝급 붕어가 하루에 20마리씩 낚일 정도로 입질이 좋아 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칠성지 조황은 하루 평균 붕어 7~8마리지만 평균 25㎝로 씨알이 굵은 것이 특징. 대호만에서는 최근 대산수로 쪽에서 20㎝급 붕어 10마리 정도가 잡히고 있다.

얼음낚시는 일반낚시와 달리 사고 위험이 크므로 준비물을 확실히 챙겨야 한다. 방한화를 비롯해 추위를 이길 튼튼한 복장이 최우선. 얼음 깨는 끌도 필수품이다.

낚시터에 도착하면 안전진단부터 해야한다. 얼음 두께는 적어도 5㎝이상이어야 하며 끌로 얼음이 단단한지 확인한 후 들어간다.

구멍은 지름 15㎝ 정도로 3~4개를 뚫는데 너무 크면 살얼음이 끼거나 눈이 덮였을 때 지나가던 사람이 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낚싯대는 원하는 자리에서 직접 드리우므로 긴 것보다 한.두칸 정도가 적당하다.

수초가 많은 곳은 먹이가 많고 물고기가 숨기 좋아 최적의 포인트로 손꼽힌다. 떡밥은 수온이 낮아 잘 풀리지 않으므로 지렁이를 미끼로 이용한다.

빙어용 미끼로는 구더기가 좋다. 잡은 고기를 넣는 아이스박스는 의자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 부력이 좋아 얼음이 깨졌을 때 구명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http://www.kma.go.kr)를 통해 주간예보를 봐두어야 한다. 경험 많은 낚시인들은 혼자서는 절대 얼음낚시를 가지 않는다. 그만큼 얼음낚시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특히 새벽녘에는 어두워 빙질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으므로 혼자 출조하는 것은 금물이다. 2인1조로 출조를 하더라도 구명로프와 여벌의 옷을 꼭 준비한다.

한국낚시연합회 최기철기획이사는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런 기상조건에서는 체감온도가 떨어져 얼음이 쉽게 녹지 않겠지하고 안심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얼음이 단단하지 않은 날 굳이 얼음낚시를 원한다면 수로를 택하는 것도 한 방법. 물이 얕아 빠져도 큰 사고의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얼음낚시터는 주변에서 아빠를 따라나선 어린이들을 위해 썰매를 빌려주고 있어 가족단위의 나들이장소로도 그만이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