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표' 공략 작전도 유행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임종석(任鐘晳.35) 전 전대협의장, 허인회(許仁會.37) 전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새천년 민주당(국민회의 새 간판)의 대표적 386세대다.

任씨는 서울 성동을에, 許씨는 서울 동대문을에 공천을 따내려 지역을 열심히 누빈다.

그런데 요즘 '뜻밖의 현상' 에 부닥치고 있다고 한다.

막연히 지지세력으로 여겼던 20대들이 정작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전대협(全大協)이 뭐냐" 는 질문을 던지기 일쑤였던 것.

이에 따라 任씨는 '신출귀몰의 전대협의장' 대신 전자주민카드 반대, 결식아동돕기 운동을 벌이던 '시민운동가' 경력을 홍보물 상단에 눈에 띄게 올려놨다.

許씨도 최근 착수한 전자도서관 사업을 들어 인터넷 전문가임을 적극 부각하고 학생운동 경력은 뒷전으로 돌렸다.

許씨는 "운동권 출신들이 투쟁경력만 강조해 표를 달라고 하기에는 시대가 바뀌었다" 고 말했다.

20~30대 젊은층을 겨냥한 출마 준비자들의 이같은 포장 바꾸기는 총선의 새로운 변화. 시대의 흐름을 좇아 대부분 정보통신.시민운동.국제화를 내세우고 있다.

◇ 정보화 이미지 부각 애써〓서울 영등포을에 공천신청한 권기균(權奇鈞.한나라당)씨도 노년층에게 인터넷을 가르치는 '어르신 인터넷 운동' 을 전개 중인 점을 강조.

성남 분당에서 출마하려는 최용석(崔容碩)변호사는 옷 로비 사건으로 구겨진 검찰의 이미지를 감안, 특수부검사 경력 대신 인터넷 무료법률서비스를 부각하려 한다.

◇ 시민운동 경력 강조〓민주당(서울 동대문을) 공천신청을 한 양재원(梁在源)씨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장의 이력보다 핸드폰 요금인하 시민운동을 하는 점을 홍보의 주안점으로 앞세웠다.

박항용(朴亢用.민주당 서울 강서을 공천신청)변호사도 10년 판사경력보다 신체장애인복지 강서지회 수석고문 등 사회복지 경력을 알리기에 역점.

서울 노원갑에서 출마하려는 우원식(禹元植)씨도 노동운동 경력보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운동의 활약상을 적극 강조.

◇ 국제화〓민주당 서울 강서을에 공천신청한 장성민(張誠珉) 전 청와대 상황실장은 이번주 영국을 방문, 젊은 정치지도자들 면담 일정을 짜놓았다.

민주당 공천 신청자 중 박상철(朴相哲.순천갑) 경기대 교수도 미국헌법학회 회원 경력을, 안병선(安炳善.정읍) 전 국민회의 문화예술위원장은 할리우드에서 영화제작 참여 경력을 내세우고 있다.

◇ 왜 바꾸나〓한신대 김종엽 교수(사회학)는 "정보를 취사선택하는데 익숙한 젊은층에게는 후보의 실체보다 이미지가 더 먹혀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 이라고 분석. 문화평론가 김지룡(金智龍)씨는 "통일.민주화 등 무거운 주제보다 컴퓨터.환경 등이 각광받는 게 시대의 흐름" 이라고 설명했다.

최훈.이수호.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