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이대진이 KIA에서 소중한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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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호 16면

일전에 한 미국 대학 농구팀에서 쓰는 ‘팀 리더십 고취를 위한 26개 조항’을 접했다. 조직이 특정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맨 앞에선 리더는 어떤 철학과 원칙으로 동료와 팀을 이끌어야 하는지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덕목이 가장 중요할 테다. 한 단어가 세 번 반복된다. 맨 앞에 내세운 것도 모자랄 만큼 중요하고, 강조하고 싶다는 거다. 이렇게 쓰여 있었다. communicate, communicate, communicate(소통하고, 소통하고, 또 소통하라).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34>

소통은 이 시대의 화두다. 프로야구라고 다르지 않다. 리더십뿐 아니라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도, 구단이 팬(소비자)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데도 그 키워드는 소통이다. 리더십에 대해선 LG 트윈스의 신임 박종훈 감독이 그 중요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박종훈 감독은 스스로가 코칭 스태프·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단의 자체적인 소통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윈스 선수단 내부의 소통 부재가 선수들 사이의 동기부여를 저해했고, 그게 경기력 저하와 연결됐다는 거다. 트윈스는 선수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게임 끝나고 선수들끼리 밥을 자주 먹지 않는 구단’으로 통한다. 그만큼 서로를 알고, 위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거다. 그래선 선수단 내부적으로 리더십이 생겨나기 힘들다.

KIA를 우승으로 이끈 이종범·이대진이 소중한 이유는 뭔가. 베테랑으로서 그들의 경험이 경기력 자체에 미치는 영향보다 경기를 준비하는 데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들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감독이 소통하는 데 메신저로서 연결고리가 된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박찬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이승엽이 했던 역할이다.

리더십과 관련된 소통과는 별도로 경기에서의 소통, 그러니까 게임 도중의 소통은 한국시리즈 때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됐다. SK 전력분석원의 수신호와 그 전달 여부, 그 동작이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는지 등에 대해 구구절절 말들이 많았다. 경기 도중에는 2루에서 포수의 사인을 잡아내 동료 타자에게 전달했는지를 놓고 또 말이 많았다. 모두 소통이 소중하다는 걸 방증하는 입씨름이다.

경기장 관중석의 풍경 역시 키워드는 소통이다. 지금 프로야구를 주소비하는 나이는 20대다. 그들은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넷(net) 세대’다. 멀티미디어 환경에 익숙하고 각종 개인미디어로 중무장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올드 스쿨에서 세워놓은 4P(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장소, promotion-프로모션) 전략이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가 돈 탭스콧이 주장하는 ABCDE(Anyplace-장소 불문, Brand-브랜드, Communication-소통 여기 또 나온다!, Discovery-발견, Experience-경험) 같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관람형 프로야구가 아니라 관중이 참여하고 서로 소통하고 함께 꾸며 나가는 관전. 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프로야구 마케팅의 지향점이어야 한다.

자, 리더십에도,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구단과 리그를 마케팅하는 데도 그 키워드가 소통이라는 건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기대해 보자. 2010년, 소통의 프로야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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