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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바로서기' 내부 목소리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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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옷 로비와 파업유도 사건으로 국민으로부터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했던 검찰에 새해 들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많은 검사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우선 유신시절부터 계속된 검찰의 청와대 일일정보보고와 검찰 간부의 청와대 편법 파견을 즉각 폐지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과거의 모든 잘못과 구습을 털어버리고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 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온 힘을 쏟겠다" 고 다짐한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이 검사들의 중론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검찰은 오는 18일 열릴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이러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일일정보보고는 서울지검과 산하 5개 지청이 수집한 공안정보와 경찰청에서 넘겨받는 정보를 서울지검 공안부가 정리한 것으로 매일 아침 청와대에 전달된다. 그리고 상급관서인 법무부와 대검에도 보낸다.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관내 집회 및 시위 관련 상황▶공안사범 구속.불구속 등 처리내역과 공안사범 재판현황▶노동단체 동향▶주요 재판 및 집회예정 등이 들어 있다.

또 주요 인사 동향보고와 특정 현안에 대한 여론 등의 보고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서울지검은 보안유지를 위해 직원 한명에게 청와대 전달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

공안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중견 검사는 "검찰의 업무는 수사와 공소유지에 국한돼야 한다. 준 사법기관을 자처하는 검찰이 아직도 청와대에 정보보고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즉각 중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공안부장을 지낸 검찰 간부들과 변호사들은 "검찰의 독립성이 끊임없이 의심받는 시대에 검찰이 청와대에 일일정보보고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 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법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겠지만 선거를 앞두고 개인사찰 자료로 이용되거나 통치권자 편에서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기획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 며 우려했다.

공안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 보고하는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몰라도 내용으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청와대측과 검찰 수뇌부는 박주선(朴柱宣)전 법무비서관 후임으로 검사장이나 검사장 승진을 앞둔 중견 검사를 선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7년 개정된 검찰청법(제44조)은 "검사는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 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민정부 때부터 검찰은 "법무부 산하 기관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사가 아니다" 라는 '기발한' 논리를 펴며 검찰 간부들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낸 뒤 사정.법률비서관으로 청와대에 파견했다.

편법 인사는 국민의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청와대로서는 검찰 장악 및 내부 파악에 도움이 되고 검찰은 통치권자의 의중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인 검사 파견제도는 어느 정권도 중단하기 쉽지 않은 일" 이라고 꼬집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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