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도 사이버시대…국내 '박종철분향소'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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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상 공간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이버 분향소와 납골당이 국내외에서 선보였다.

'박종철 추모사업회(회장 김승훈 신부)' 는 9일 1987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끝에 숨진 박종철의 추모 공간을 인터넷에 개설했다.

사이트의 주소는 아버지 박정기(70)씨가 평소 아들을 부르던 '철아' 에서 따온 'http://chula.co.kr' .

추모사업회 김찬훈(金燦熏.35)사무국장은 "행사 때마다 마음은 있어도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며 "앞으로 박종철 추모의 장을 넘어 국내외의 인권 문제 전반을 다루는 포털 사이트로 키워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사이트는 추모시와 참배코너.방명록.관련 소식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이름과 E메일을 기록하고 참배 코너에 들어가면 된다.

영국에선 최근 사이버 납골당이 등장했다. 이 사이트(http://inmemoryof.co.uk)에선 고인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구성된 가상 묘지를 개설, 추도식을 열거나 고인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은 9천5백~15만원으로 다양하다.

사이트를 개설한 석공 출신의 피터 브라이트는 "바쁜 생활로 고인의 묘지를 찾을 수 없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 이라며 사업의 성공을 장담했다.

그러나 영국 교회 버밍엄 교구의 대변인은 "인터넷을 통한 추도행사는 자칫 유족들의 비통함을 가볍게 만들 수도 있다" 며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는 컴퓨터가 아닌 인간적 위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전진배.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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