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 '대박' … 꽃게 '게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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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충남 서해안에서 자연산 대하(왕새우)를 쉽게 맛볼 수 있게 됐지만 꽃게는 여전히 구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어민들은 지난 2~3년간 지역 명물인 꽃게와 대하가 잘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러던 중 대하가 이달들어 태안 해역 등에서 많이 잡히기 시작했다.

최근 태안군 안면수협 백사장항 위판장에는 대하가 하루 400~500㎏씩 들어와 kg당 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어획량의 배가 넘는 수치다. 국내 최대의 대하 집산지인 백사장항이 입출항하는 어선들과 이를 매매하려는 상인들로 다시 붐비고 있다.

어민 이모(43.태안 남면)씨는 "최근 몇년새 꽃게와 대하, 주꾸미 등 각종 수산물의 어획량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대하가 잘 잡혀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꽃게는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달 초 태안 모항항에서 통발을 이용해 꽃게잡이에 나섰던 어선들이 꽃게가 잡히지 않자 지난 주말부터 아예 통발을 수거하는 등 사실상 출어를 포기한 상태다.

어민 김모씨(52.태안 소원면)는 "어민들 사이에 '꽃게잡이는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면서 "조만간 아나고.놀래미 잡이 통발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흥항서도 대형 어선들이 예년의 첫 꽃게 출어기 어획량의 10% 수준인 30~40㎏을 잡는데 그치고 있다.

꽃게잡이 어민들은 "올해 대하가 풍어인 것은 산란기 철저히 불법 어로를 단속하고 치어를 집중 방류했기 때문"이라며 "꽃게도 대대적인 치어 방류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조량 증가로 천일염 생산이 크게 늘었다. 대한염업조합 중부지부에 따르면 지난 봄부터 서산.태안.당진.보령지역 염전(593㏊)에서 생산된 소금은 2만59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4500t)에 비해 79%나 증가했다. 지난 여름 폭염이 계속됐고 태풍 및 해일 등 자연 재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등 소금 생산에 적합한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대하축제는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서 오는 18일부터 10월 말까지 열리고 태안군 백사장항선 다음달 8일부터 열린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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