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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자연을 향한 경이의 포커스…내셔녈 지오그래픽 사진대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안데스 산맥의 잉카 유적 마추픽추 발견, 탐험가 피어리의 북극점 도달, 과학자 도널드 요한슨의 아우스트랄로 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 발견….

그 깊이와 넓이를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자연의 세계에 도전했던 위대한 이들 뒤에는 한 단체가 있다.

1888년 창립된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 이 비영리단체는 지금까지 6천5백여건에 이르는 탐사와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했으며 환경.인류.역사.우주.과학 등 각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예술성 높은 사진과 기사로 담아낸 세계적 권위의 교양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을 발간해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의 명성을 쌓아올린 주옥같은 사진들이 이 잡지의 한국판 창간(1월)을 기념해 국내에 소개된다.

본사와 MBC가 공동주최하고 YBM 시사영어사가 주관해 7일부터 2월6일까지 서울 여의도 63빌딩 특설전시장에서 열리는 이 사진대전은 한국 관련 사진을 모은 한국관과 우주 공간에서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담은 궤도(orbit)관, 그리고 그간 게재됐던 사진을 엄선한 포토그래프관으로 꾸며진다.

특히 한국관은 1890년 '한국, 한국인들' 이라는 제목으로 구한말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생활상과 한반도 지도를 소개하는 등 '최초로 한국을 세계에 알린 잡지' 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내용으로 채워져 더욱 관심을 모은다.

'내셔널…' 에 실렸던 한국 관련 기사 20여건과 사진 3백여점은 한국 근현대사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이 곳에 전시될 사진을 보면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설명보다 낫다' 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구한말 머리에 임을 인 아낙네들은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도 아무 부끄러움 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 아들을 낳았다는 자랑스러움이 그들에게 담대함을 선물한 것.

일제 시대 징용으로 끌려간 젊은이들은 비참한 지경에 놓인 처지이면서도 카메라 앞에서는 웃는 표정을 짓는다. 그때도 카메라 앞에서 '김치~!' 를 외쳤을지. 급속한 공업화가 이뤄졌던 70년대, 앞으로 닥쳐올 환경 오염을 예고하는 듯 연기를 내뿜는 공장의 굴뚝을 보며 갓 쓴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진이 갖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표현력은 무대를 세계로 옮겨도 여전하다. 호주 로드 하우 섬의 쌍둥이 봉우리를 배경으로 쪽빛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발리 섬 원주민들의 악을 쫓는 의식, 남아프리카 콰느데벨레 젊은이들의 성인식 장면, 차도르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휘감은 채 새장을 머리에 얹고 걸어가는 아프가니스탄 여성….

사진을 통해 세계 각국의 풍광과 풍속을 한바탕 경험하고 나면 문득 지금 이 곳이 너무 좁다는 갑갑함과 함께 미지의 곳으로 불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지금으로부터 1백여년전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에 모인 사람들이 그랬듯이. 02-2000-0131~4.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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