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대 응모 늘고 형식도 다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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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중앙 신인문학상 예심위원들이 응모 원고 더미에 파묻혀서 심사에 열중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신춘문예를 가을로 옮겨와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중앙 신인문학상이 지난 3, 4일 이틀간 예심을 마쳤다.

8월 한달간 응모된 작품 수를 집계한 결과 시를 보낸 사람은 1019명, 단편소설은 973편, 평론은 39편이 각각 접수됐다. 시는 지난해 1385명에서 360여명 줄어든 것이고, 소설은 지난해 878편에서 90여편 늘어난 것이다. 평론은 지난해에도 39편이었다.

시가 줄긴 했지만 올해 응모 편수는 중앙 신인문학상이 보통의 신춘문예 응모 편수를 압도하는 하반기 최대의 신인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덕분에 예심 심사위원들은 꼬박 이틀간 응모 원고 더미와 씨름해야 했다. 올해 단편소설 심사는 소설가 김형경.신경숙.방현석씨와 평론가 서영채.박수연씨가 맡았고, 시 심사는 시인 고형렬.김경미씨와 평론가 이광호씨가 맡았다. 평론 심사는 서영채.박수연.이광호씨가 분담했다.

심사위원들은 "지난해에 비해 20대의 응모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단편소설의 경우 1980년대 출생자들이 자주 눈에 띄었고, 이는 인터넷.영화에만 빠져 있는 듯했던 젊은층 사이에도 소설 창작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시의 경우 10대 후반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생부터 40년대 출생자까지 응모 연령대가 지난해에 비해 다양해졌다.

젊은 층의 가세는 응모 작품의 내용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씨는 "신춘문예 스타일의 시 형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경험과 감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들이 많은 점이 올해의 특색"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시 길이의 경우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의 시 작품을 보내는 경향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어떻게 보면 시가 잡다하고 수다스러워졌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흐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인지, 나름대로 문화적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소설가 방현석씨는 "소설의 경우 인터넷이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등장인물 사이의 주요 소통 방식으로 설정된 작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소설가 김형경씨는 "남자 응모자들은 극단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고, 여자 응모자들은 페미니즘적인 시각이 깔린 작품이 보편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번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시의 경우 언어의 정제, 구조적인 완결성 면에서 미흡한 작품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소설은 삶을 반영하고 통찰이 들어있는 작품보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평론은 김훈.김영하.천운영 등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가의 작품을 발빠르게 분석 대상으로 삼은 점, 그럼에도 왜 평론을 쓰는가에 대한 자의식이 부족한 점 등이 장.단점으로 거론됐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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