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정년퇴임 맞는 박이문 포항공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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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저는 늘 문학이나 철학적으로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한 채 방황하면서 방랑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산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산정으로 향하는 길을 멈출 수 없잖아요. "

50년 강단 생활을 접고 올 2월 정년 퇴임하는 박이문(71.포항공대 철학)교수. 지난해 12월 7일 포항공대 중강당에서 열린 고별강연을 끝으로 공식 강의활동을 마감했다.

52년 부산 동래고에서 불어강사로 처음 교편을 잡은 후 철학자로, 시인으로, 불문학자로 활동한 박교수는 철학서.시집 등 지금까지 38권의 저서로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지적 자양분을 공급했다.

특히 기존의 문학이론을 거부하고 문학을 개인의 독창적 관점에서 볼 것을 주장한 문학이론과, 분석철학적 관점에서 동양사상가들을 해석한 철학이론은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현상학적 철학의 창시자 후설은 80세로 임종하기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 철학적으로 방랑 중인 저로서야 마땅히 죽는 날까지 철학적 사유와 시적 명상을 계속해야죠. "

박교수가 학문의 철칙으로 삼아온 것은 '주체가 있는 자유' .

사람의 운명이란 있을 수 없고 각 상황 속에서 자신이 선택해나간다는 의미다.

그는 고별강연에서도 유행만을 좇지 말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평소 '문학과 철학은 한 맥' 이라고 강조해온 그답게 발표한 시집만도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민음사)등 5권에 달한다.

"대학입학 당시는 창조적인 작업이 문학이라 생각했었는데 점차 문학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했더니 철학이 필요해져 자연스럽게 철학자가 됐다" 는 그는 "작품활동도 계속하겠다" 고 다짐했다.

박교수는 이화여대 불문학 교수로 재직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불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다시 미국에서 분석철학을 공부했다.

70년부터 미 시몬스대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91년부터 포항공대에서 철학을 강의해 왔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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