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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컬처코드 (30) 심리학에 눈뜬 TV, 마음을 들여다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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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최근 출판시장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심리학 서적 출간 붐이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심리학이 연애를 말하다』『심리학 초콜릿』『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에서 경제경영서 『야성적 충동』『넛지』까지 심리학 관련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차지한다.

한때 붐을 이뤘던 자기계발·처세물의 인기가 심리학쪽으로 이어지는 꼴이다. 자기치유나 심리분석, 관계개선 등이 주 내용이다. 무한경쟁시대 극한으로 내몰린 대중들의 관심사가 내적 성찰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강고한 시스템 속에서 차라리 자기 자신이나 주변 관계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심리학 열풍이 TV로 이어졌다. 선두에 선 tvN의 ‘롤러코스터’는 대표적인 심리탐구프로다. 시집과 처가에 갔을 때 남편과 아내의 다른 반응 등 일상속 남녀의 심리차이를 적확하고도 코믹하게 풀어내, 초대박작이 됐다. 네티즌이 만든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이를 패러디한 TV CF도 등장했다.

심리는 코미디의 소재로도 등장했다.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는 여권에 치이는(혹은 치인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주 소재다. SBS ‘절친노트’는 스타의 친구관계 개선 프로다. 요즘 인기 있는 TV리얼리티쇼 역시 참가자들이 상황에 따라 드러내는 솔직한 반응과 심리가 재미의 주 요소다. 본격 심리테라피(치료) 프로도 있다. MBC가 파일럿으로 방영하는 ‘네 마음을 보여줘’다. 스타와 일반인의 심리상담을 해주고, 생활 속 숨어있는 심리학을 찾아본다. ‘신개념 멘탈 버라이어티’‘전국민 마음건강 촉진프로’라는 수식어를 내걸었다. 심리학이 점차 TV의 주요 화두가 돼간다는 증거다.

#심리학이 각광받는 사회는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회다. 구조보다 내면, 전체보다 개인, 거대담론보다 미시와 일상이 주목 받는 사회를 뜻한다. 본질적으로는, 기존 지식체계가 설명 못하는 세상의 비합리와 불확실성을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찾으려는 경향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드디어 우리 사회가 인간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케팅도, 정치도 다를 바 없다. 결국은 상대의 ‘마음 빼앗기’이다. 원더걸스를 빌보드 핫 100에 진입시킨 프로듀서 박진영은 MBC ‘무릎팍도사’에 나와 그들의 성공을 “원더걸스가 대중의 마음을 얻었다”고 표현했다. 문득, 이 정부 출범 직후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가 진보진영에 대한 충고를 담아 “이제 우리가 진짜 획득해야 하는 것은 새 정부를 상대로 한 정치적 승리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가슴과 마음”이라고 했던 글이 떠오른다. 국민의 마음 얻기가 정치라는 뜻일 게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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