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지상파의 돈벌이 추구 도를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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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수신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를 외면해 왔다. 이 때문에 난시청 지역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이런 수신환경 개선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것은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들이다. 물론 이들도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구축한 방송망을 통해 지상파들은 각종 프로그램을 전국 방방곡곡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상파 방송들은 엄청난 이득을 보았다. 연간 2조원에 가까운 광고수입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케이블TV나 중계유선방송은 지상파 방송들에 전송 대행에 대한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못한다. 지상파와 케이블TV 등이 상호 이해를 토대로 체결한 합의 때문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지상파 방송들의 자기중심적 영업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 시작하는 디지털 방송을 이유로 케이블TV 사업자 등을 상대로 프로그램 재전송 중단을 요구하고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이 우리나라 방송 산업에 이바지한 공로는 물론이고 기존의 합의마저 송두리째 부인하는 행위다. 집집마다 안테나를 세우던 1960년대의 난시청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

미디어법 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도 선진화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제는 지상파 방송들의 재전송 대가의 요구도 다시 합리적인 논의 과정을 거칠 때가 되었다. 문제인식의 출발은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는 지상파 방송이 사실상 유료화되고 있다는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지상파 사업자들은 이미 본사의 광고 수입 외에 자회사인 채널사용사업자(PP)를 통해 기존 프로그램을 재방영하고, 연간 수천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KBS의 시청료 인상, 케이블TV·중계유선방송 사업자에 재전송료 요구 등으로 이중삼중의 돈벌이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무료여야 할 공공재를 유료화시켜 경영의 짐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다.

이 문제는 케이블TV 사업자와 지상파 사업자 간의 쌍방 주장만을 바탕으로 해 단순 법리 판단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게 될 시청자를 참여시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지상파 방송의 유료서비스를 기정사실화한다면 유·무료 지상파 방송을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무료 서비스를 하겠다는 지상파 방송사를 신규로 허가하고, 신규 종합편성채널도 원하는 사업자 모두에게 허가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최정우 씨앤앰미디어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