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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99> 시계 브랜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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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에 있을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SIHH) 준비로 명품 시계 브랜드 업계가 분주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스와치 그룹의 시계 브랜드들은 느긋한 표정이다. 그들의 목표는 3월에 있을 바젤 페어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명품 시계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3개 그룹의 현황을 살펴봤다. 더불어 지난 100년간 있었던 역사적 사건, 인물과 함께한 시계 브랜드의 이야기도 모아봤다.

강승민 기자

올 4월 발표된 럭셔리 브랜드 순위 지수(LBSI)에서 미국의 부자 소비자가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로 꼽은 시계는 아이더블유씨(IWC)였다. 명품 브랜드 전문 조사기관인 미국의 럭셔리 인스티튜트에서 평균 유동 자산 410만 달러(약 49억원)인 가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1위는 바쉐론 콘스탄틴이었다. 미국의 부자들은 이외에도 오드마 피게·보메&메르시에·블랑팡·부셰론·브레게·브라이틀링·불가리·까르띠에·쇼파드·던힐·디올·에벨·프랭크 뮬러·지라드-페라고·해리 윈스톤·에르메스·예거-르꿀뜨르·론진·루이뷔통·몽블랑·모바도·오메가·파텍 필립·피아제·라도·롤렉스·태그호이어·티파니·반 클리프&아펠(알파벳 순) 등 30여 개 브랜드를 가치 있는 시계 브랜드로 꼽았다. 설문에서 정의한 ‘가치 있는 시계 브랜드’란 ‘품질이 뛰어나고 독창적이어서 아무나 흉내 낼 수 없으며, 시계를 찬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고, 존경하는 누군가가 그 시계를 차고 있을 것 같은 브랜드’였다.

고소득 가계를 대상으로 ‘명품 중의 명품 시계’만 골라 꼽은 것으로 브랜드 이름 자체도 일반인에겐 생소한 것이 많다. 이 말은 반대로, 여기서 언급된 몇 가지 브랜드 이름만 알아도 고급 시계에 대해서는 아는 척 할 만큼은 된다는 얘기다.

브랜드 숫자는 많지만 세계 고급 시계 시장은 ‘두 거인’이 양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브랜드 숫자로 봤을 땐 스와치 그룹(19개)이 가장 많고 리슈몽(13개)이 그 다음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시계 전문 그룹 스와치는 브레게·블랑팡 ·론진 등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7조2000억원. 또 다른 스위스 명품 그룹 리슈몽은 대표 브랜드인 까르띠에를 비롯해 IWC·바쉐론 콘스탄틴 등을 소유하고 있다.

고급 시계 분야에서 두 거인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고급 시계 박람회도 두 곳으로 나뉘어 열리고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바젤 월드’는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고급 시계·보석 전시회다. 1917년 스위스 산업 박람회가 시초이고 시계·보석 전시회로 특화해 매년 개최되기 시작한 것이 73년부터다. 올 초 바젤 월드에는 약 1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하지만 바젤 월드에 리슈몽 그룹 브랜드는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 시계 전시회가 너무 스와치 그룹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못마땅했던 리슈몽 그룹은 91년 스위스 제네바를 근거지로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SIHH)’를 창설해 지금껏 이끌고 있다. 올 초 열린 SIHH에는 총 17개 브랜드가 참여했는데 이 중 12개가 리슈몽 그룹 브랜드였다.

세계 최대의 명품 그룹으로 일컬어지는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는 고급 시계 분야에선 이들 두 그룹만큼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태그호이어·제니스·디올·프레드·쇼메 등 쟁쟁한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위블로를 사들이면서 고급 시계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다른 명품 그룹인 구찌그룹도 구찌와 입생로랑 브랜드의 시계뿐만 아니라 부셰론 브랜드의 시계 사업도 벌이고 있다. 불가리 그룹은 불가리 브랜드 외에 제랄드 젠타와 다니엘 로스로 명품 시계군을 형성하고 있다.

브레게
여행용 시계 첫 고객은 나폴레옹

1775년에 설립된 브레게는 투르비옹을 개발한 브랜드로 시계사에 기록돼 있다. 투르비옹은 중력에 의한 밸런스 진동의 영향으로 시간의 오차가 생기는 단점을 보완하는 장치다. 1795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에 의해 개발됐으며, 1801년에 특허를 받았다.

당시 시계 산업에 ‘대혁명’을 일으켰던 브레게의 기술적 업적과 혁신적인 디자인은 유럽의 영향력 있는 고객들, 특히 왕실을 매료시켰다. 83년 브레게는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에게 선물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퍼페추얼 캘린더와 온도계, 크로노그래프 등이 장착된 이 시계는 완성 후, 마리 앙투와네트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브레게의 니콜라스 G 헤이에크 회장은 그 전설을 현실로 재현하기 위해 복원을 결정, 2008년 바젤 페어에서 마리 앙투와네트 시계를 공개했다. 브레게가 만든 첫 번째 여행용 시계인 ‘No.178’은 1798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판매됐다(사진).

오메가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착륙하다

1848년 23세의 루이 브란트에 의해 스위스에서 포켓워치를 조립하는 공방으로 처음 시작한 오메가는 달에서 착용된 최초의 시계로 유명하다. 1969년 7월 21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 때 차고 있던 시계는 오메가의 ‘스피드 마스터’였다.

당시 나사(NASA)는 달 착륙 작전을 위해 시판되던 수십 종의 시계를 구입해 비밀리에 실험을 실시했다. 그중 영하 50도와 영상 100도를 오가는 극한의 온도와 지구 중력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달의 중력, 그리고 고도의 정확성을 요하는 작전수행상의 역할에 맞는 시계로 스피드 마스터가 선택됐다. 이후 스피드 마스터는 ‘문워치’라는 별명을 얻었고, 오메가는 지금까지 NASA와 공동으로 화성 탐사를 위한 차세대 우주용 시계를 개발 중이다.

52년에 1000분의 1초 시간 측정기를 최초로 발명한 오메가는 각종 스포츠게임의 공식타임키퍼로 활약해왔다. 덕분에 각기 다른 테마로 개발된 시계마다 해당 분야의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브랜드 홍보대사이자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골퍼인 미셸 위는 골프에서 영감을 얻은 시계 ‘컨스텔레이션 더블 이글’ 라인, 수영선수인 알렉산더 포포브, 이언 소프, 마이클 펠프스 등은 다이버용으로 유명한 ‘시마스터’ 라인, F1의 전설적인 카레이서 마이클 슈마허는 남성적이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을 대표하는 ‘스피드 마스터’ 모델로 각각 활동했다.

95년 ‘골든 아이’부터 97년 ‘네버 다이’, 99년 ‘언리미티드’, 2006년 ‘카지노 로얄’, 2009년 ‘퀸텀 오브 솔라스’까지 오메가 ‘시마스터’와 제임스 본드와의 인연도 깊다.

롤렉스
도버해협 처음 건너고 에베레스트 오르고

1926년에 방수, 방진, 밀폐 기능을 갖춘 시계 ‘오이스터’를 개발한 롤렉스는 전문가들을 위한 시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바다와 하늘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들에서 당당히 빛났다.

27년 런던의 여성 속기사였던 메르세데스 글릿즈가 영불해협을 헤엄쳐서 횡단한다는 소식을 접한 롤렉스의 창립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오이스터를 협찬했다. 이후 빌스도르프는 15시간15분에 걸쳐 횡단에 성공한 글릿즈의 손목에서 오이스터가 여전히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을 ‘데일리 메일’지 전면에 실어 전 세계적으로 홍보했다(사진). 롤렉스 오이스터는 53년 힐러리 경과 존 헌트 경이 인솔하는 등반대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할 때도 함께했다.

태그호이어
트루먼·아이젠하워·오바마 …

1860년 스위스 상티미에에서 시작된 태그호이어는 정밀한 스포츠 시계의 대명사로 통한다. 20~3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까레라’ 라인은 50년대의 전설적인 모터레이싱 경주인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랠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86년에 첫선을 보인 ‘포뮬러 1’ 라인은 F1의 스타인 키미 라이코넨의 레이싱 자동차 맥라렌-메르세데스 벤츠의 바퀴를 응용한 베젤이 돋보이는 시계다. 이 디자인은 당시 F1과 태그호이어의 오랜 관계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만들어졌다. 태그호이어는 60년 최초의 F1 그랑프리부터 지금까지 F1 공식타임키퍼로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로 탄생 40주년을 맞는 사각형 방수시계 ‘모나코’ 역시 레이싱 코스인 모나코를 기념해 제작된 것이다. 이 시계는 71년 당시 제작된 영화 ‘르망스’에서 레이서로 출연한 스티브 매퀸이 착용하고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스포츠와 우아함’이라는 브랜드 DNA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태그호이어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시계로도 유명한데, 특히 ‘대통령의 시계’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33대 헤리 트루먼, 34대 아이젠하워가 호이어 크로노그래프를 갖고 있었고, 최근에는 44대 대통령 오바마가 태크호이어 ‘1500 시리즈’를 착용한 모습(사진)이 눈에 띄면서 붙게 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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