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증시 10대 뉴스] 주가는 한국경제를 믿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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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 증시가 종합주가지수 1, 000포인트 시대를 다시 열고 막을 내렸다. 인터넷.정보통신 관련주가 화려하게 주목받은 가운데 코스닥시장이 활짝 열리고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는 등 양과 질 양면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8~9월에는 대우사태로 인해 큰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본지가 선정한 올해 증시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 코스닥 열풍… 시가총액 13배

올 초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코스닥이 뭐예요" 라고들 했다. 이런 코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군 것이 인터넷.정보통신.반도체 관련장비 회사들이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새롬기술 등은 등록한 지 1년도 안돼 시가총액이 2조원에 육박하며 '코스닥 재벌' 이 됐다. 시가총액도 올초 7조8천억원의 13배(1백6조2천억원)로 불어났고, 지수는 76.40에서 256.14로 상승했다.

▒ 주가지수 1, 000 재돌파

지수 1, 000시대에 안착했다. 빠른 경제회복에 힘입어 새해에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밀레니엄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어우러진 결과다. 올해 지수는 연초 587.63에서 출발해 74% 상승한 1, 028.07로 마감됐다. 그러나 개미군단들의 소외감은 여전한 99년이었다.

▒ 400만원짜리 황제주 탄생

SK텔레콤은 증시 사상 처음으로 1백만원대 주식이 됐다. 정보통신주가 증시를 주도하면서 올초 69만9천원에서 4월 중순 1백만원대를 넘어섰으며, 막바지에는 신세기통신 인수를 재료로 이틀간 1백만원 가량 오르면서 4백7만원으로 올해를 마감했다. 양사가 통합될 경우 국내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이 57%로 치솟아 주가는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담배인삼公등 공모주 열기

상당한 수익률과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면서 공모주 인기가 급등했다. 지난 9월 중순 실시된 담배인삼공사 청약에는 공모주 사상 최대인 11조6천억원의 시중자금이 몰렸다. 10월 이후에는 코스닥시장을 노크하는 유망 벤처기업의 청약이 이어지면서 경쟁률이 최고 수천대 1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담배인삼공사와 가스공사처럼 공모가가 부풀려진 경우도 생겨났다.

▒ 주가 차별화 갈수록 극심

데이콤이나 한글과컴퓨터 같은 종목들은 주가가 수십배 이상 오른 반면 전체 상장종목 중 58%는 연말 주가가 연초 수준을 밑도는 등 주가 차별화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났다. 11월부터는 "회사이름 끝에 '텔' 이나 '컴' , '테크' 등이 붙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말이 나올 정도로 인터넷과 정보통신주 등 이른바 '밀레니엄 칩 장세' 가 연출됐다.

▒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도 활황세에 일조했다. 외환위기로 한국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으로 전락한 지 1년여 만인 올초 S&P와 무디스는 잇따라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올렸다. 대우그룹 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된 11~12월에 이들은 다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외자도입 및 외채상환에 큰 보탬이 됐다.

▒ 사이버 거래 급증세

인터넷과 PC를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 사이버 주식거래의 월간 규모가 1백조원을 돌파했다. 연초만 해도 주식거래 전체에 대한 비중이 5%를 밑돌았으나 연말께 37%까지 늘어났고 내년에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수료를 일반 거래의(평균 0.5%)의 5분의1 수준(평균 0.1%)으로 인하했다. 사이버 거래의 활성화로 하루중에 주식을 사고파는 '데이 트레이딩' 도 확대일로에 있다.

▒ 뮤추얼펀드등 간접투자 정착

'바이코리아펀드' 와 '박현주펀드' 로 대표되는 주식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등 간접상품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올해초 8조원 수준이던 주식형 수익증권의 수탁액이 연말에 56조원으로 늘어났으며 뮤추얼펀드도 올해 5조원의 판매를 기록했다. 이중 미래에셋 박현주 4호와 서울투신운용 플래티넘 1호, 대한투신 아인슈타인 1호 등은 올해 1백%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스타 펀드로 떠올랐다.

▒ 대우사태와 시장 불안

7월 19일 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계획 발표와 8월 12일 전격 단행된 대우채권 편입 펀드에 대한 환매제한 조치는 1, 000포인트의 꿈에 젖어 있던 시장을 뿌리째 흔들었다. 10월 말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종합주가지수 800선마저 무너져 불안감이 고조됐으나 11월초 금융시장안정 대책이 발표되면서 진정됐다.

▒ 세계 증시 동조화 현상

"아침에 일어나면 나스닥과 다우지수를 보라" 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증시의 영향력이 컸다. 뉴욕 증시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잣대 역할을 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나스닥에 불어닥친 첨단기술주 열풍도 국내 증시에 그대로 재현됐다.

김동호.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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