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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사이로 비치는 희망의 빛…밀레니엄 에세이 잇따라 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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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시간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하는 법. 우선 시간에 '사랑' 을 곱한 따뜻한 공간을 만드십시오. 그 공간에 '희망' 을 곱하여 맑고 밝은 '인간화의 장' 을 꾸며 보십시오. 새 천년의 세상이 훨씬 재미있어 질 겁니다.

젊은 지성 20명이 연하장을 보내 듯 띄우는 밀레니엄 메시지 '희망의 천년장' (사람인.8천원)에서 주철환 MBC PD가 2000년을 맞는 이들에게 쓴 엽서. '성에 눈뜨고 욕망에 눈감다' '군대에서 자아를 발견하다' '분단을 넘어 통일의 노래를 부르다' 등 자신의 20세기 10대 뉴스를 선정해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기의 소망을 이처럼 짧게 표현했다.

입버릇처럼 평소 따뜻하고 밝게 사는 법을 얘기하는 그에게서 사소하지만 참신한 지혜를 얻는 기쁨이 크다.

18개월 된 딸에게 보낸 편지 형식의 메시지를 담은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붕괴' 에서 희망을 찾는다.

'교실붕괴' '가족붕괴' 등 사방에서 들려오는 무너진다는 소리가 두렵기는 하지만 이것이 또한 낡은 가치관의 붕괴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붕괴란 바꾸어 말하면 새로운 것의 탄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어린 딸에게 깨우쳐 주려는 그의 야무진 꿈에서 애정 어린 희망의 씨앗이 보인다.

이밖에 소설가 신경숙씨의 '진보는 전통 속에서 솟아나는 것' , 변화관리전문가 구본형씨의 '꿈과 별들의 시대' 등도 각기 개성을 살린 희망론을 각기 펼쳐보인다.

'희망의 천년장' 이 주로 개인적인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면 역사학자 강만길.시인 김지하.도법스님.시인 박노해 등 실천하는 지성 11명과의 인터뷰를 옮긴 '다시 희망을 묻는다' (안철홍 외 지음.아침이슬.1만원)는 희망의 시선이 사람과 사회를 넘어서 민족이란 큰 틀에까지 닿아있다.

"20세기 한국 역사는 출발부터 잘못돼 있다" 고 역설하는 강만길 교수는 청산 목록으로 한국전쟁과 친일파를 거명하며 다음 세기의 희망을 통일에 건다.

21세기 한반도의 '서론' 을 얘기하면서 강교수는 "통일 한반도는 주변 열강들의 완충지대로서 동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잡는 한편, 지역 공동체의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 이라며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분노' 대신 '희망' 이 된 박노해씨는 다음 세기의 희망을 변화에서 찾는다.

관성, 불교에서 말하는 습(習)에 젖어 있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쟁상대는 박찬호.박세리.H.O.T라 말하는 박노해의 '변화' 는 누구든지 한번 곱씹어 볼만한 거리를 던지기 충분하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로 친숙한 잭 캔필드와 그의 동료 마크 빅터 한센이 펴낸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류시화 옮김.푸른숲.7천원)는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글들로 사랑이 주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어 놓치지 아깝다.

삶이 그리 즐거운 여행만은 아닌 인생 길에서 사랑이 주는 흥분과 환희를 깨우칠 수 있다면 그만한 희망이 어디 있겠느냐는 주장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희망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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