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새뚝이] 4. 문화 -미래지향적 도전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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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 문화계는 금기에 도전하거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인물 덕에 활력이 넘쳤다.

퇴폐적 데카당스가 풍미하던 19세기말 서구의 세기말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문화계의 세기말은 건강했고 또 미래지향적이었다.

새뚝이들이 그 길을 앞장섰다.

첩보액션과 로맨스를 결합,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쉬리' 의 강제규 감독과 자칫 묻혀버릴 수 있는 비사(秘史)를 공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를 기획.총지휘한 김윤영 PD는 대중문화의 지평을 넓힌 대표적 인물이다.

출판계에서도 도전자가 나왔다.

일본인 이케하라 마모루. 독설로 가득한 한국인 비판서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은 남에게 속치마를 보여준 것 같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줬다.

대중가요의 '숨겨진 스타' 조PD는 기성세대를 질타한 힙합 전사였다.

소설가 정영문은 창작집 '검은 이야기 사슬' 로 글쓰기 스타일의 파격을 선보였다.

미지에 대한 도전은 나라밖으로도 이어졌다.

설치미술가 이불은 '노래방' 설치로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 한국관 작가 3회 연속 수상이란 쾌거를 이룩했다.

테너 이현은 일본과 헝가리 무대에 진출, 한국인의 성가(聲價)를 높였고 뮤지컬퍼포먼스 '난타' 는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 호평을 받아 브로드웨이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들의 맹활약이 새천년 '문화의 세기' 를 훤하게 밝히고 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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