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굴비' 건넨 곳 2개 건설사로 압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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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전달된 출처 불명의 2억원 굴비 상자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방경찰청은 5일 광주광역시 소재 2개 건설업체가 돈을 전달한 혐의를 잡고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2억원의 현금 묶음 종이띠 170개를 추적한 결과 이들 업체 관계자가 8월 17~23일 광주시 소재 3개 금융회사에서 집중적으로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든 굴비 상자는 지난달 28일 안 시장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안 시장 여동생에게 전달됐다.

경찰 관계자는 "두 업체는 원청-하청업체 관계며 하청 업체가 2억원 중 일부 금액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하청업체 은행 계좌 입.출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원청업체에서 폰뱅킹 등을 통해 입금된 돈을 출금해 다시 원청업체에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두 업체 경리담당 직원들을 소환해 이 돈을 안 시장에게 전달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에서 돈을 인출한 사실을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돈 전달 사실을 강력 부인하고 있어 은행 폐쇄회로와 돈다발 지문감식 등을 통해 인출자 신원을 확인한 뒤 대질신문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굴비 상자 2억원과 관련해 안 시장과 여동생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굴비상자 개봉 시기에 대해서도 두 사람 간 진술이 달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안 시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지난달 28일 오후 7시쯤 굴비 상자를 전달받은 뒤 다음날 아침 굴비를 냉장고에 보관하려다 돈이 들어 있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동생은 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굴비 상자에 돈이 들었다는 것을 처음 안 것은 전달받은 다음날(29일) 오후 10시쯤 우리 집에서 귀국한 오빠와 저녁식사를 마친 뒤였다"며 "오빠에게 굴비 전달 사실을 말하고 거실에서 함께 뚜껑을 열었는데 돈이 가득 담겨 있어 오빠와 함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 4일 북미 시장개척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안 시장이 14일 귀국하는 대로 조사하는 한편 안 시장 여동생도 금명간 재소환할 방침이다.

인천=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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