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길고 날씬해야 미녀 낙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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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국제 낙타축제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타’로 뽑힌 ‘알파리사’양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카이로=연합]

세계 최고의 '미녀'낙타가 선발됐다. 이집트 시나이 반도 북부의 알아리슈시(市)에서 열린 제8회 국제 낙타축제에서 이집트의 낙타가 '미스 낙타'의 명예를 안았다. 시나이 반도에서 자란 참가번호 288번인 세살짜리 '알파리사'양(孃)은 수백마리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날 결선에 오른 12마리 중 '2004년 가장 아름다운 낙타'로 뽑혔다.

이 지역 유목민인 알파리사의 주인 살라흐 팔라흐(32)는 "사료보다 야생 풀을 주로 먹이느라 운동을 정기적으로 시킨 게 아름다운 몸매를 만든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미녀 낙타 심사 기준은 제법 까다롭다. 얼굴보다 날씬한 몸매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 다리가 길어야 하고 둘째, 무릎과 발목 관절이 작아야 하며 셋째, 균형잡힌 다리를 가져야 한다. 또 가슴이 넓어야 하고 걷는 모습이 예뻐야 하며 몸집이 너무 크지 않고 적당해야 한다. 나이도 최소 세살이 지나야 출전할 수 있다. 미성년 낙타는 참여할 수 없다.

심사 과정도 까다롭다. 결선에 오른 낙타 주인들은 20여m 전부터 낙타를 잘 달래가며 둥근 카펫이 깔린 심사대까지 '사슴'처럼 가뿐가뿐 걸어야 한다. 카펫 위에서의 자태는 더욱 중요하다. 카펫의 선을 따라 한바퀴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신을 보여주기 위한 이 동작은 주인과 낙타가 한마음이 돼야 한다. 수많은 관중 때문에 어리둥절해진 몇몇 낙타는 '쿼쿼' 울며 주인의 말을 따르지 않기도 한다. 이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심사원들과 5000여 관중의 투표로 이날 최고 미녀 낙타가 선발됐다.

이집트 체육청소년부와 북 시나이주(州)가 공동 주관한 제8회 국제 낙타축제의 주행사로 열린 미녀 낙타 선발대회는 주최국 이집트를 비롯해 요르단.팔레스타인.튀니지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수백마리가 출전했다.

미녀 낙타 선발대회와 함께 거행된 낙타 경주대회도 5000여 관중을 매료시켰다. 경주대회의 하이라이트인 30㎞ 마라톤에서도 시나이 반도 최대 부족인 빌리족 출신의 압둘카디르 이그미얀이 탄 '사바하' 낙타가 우승을 차지했다. 기수와 부족에게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사한 '황금 검(劍)'이 수여됐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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