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보내면 거래 끊을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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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업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윤리경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일반화되고 있지만 최근 굴비 상자에 현금 2억원이 배달된 사건이 불거져 '선물 안 받기 운동'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CEO 명의 선물거부 서한=대기업을 중심으로 거래.협력업체에 선물을 보내지 말라고 알리는 업체가 늘었다. 롯데건설과 롯데쇼핑.금호아시아나그룹.SK텔레콤 등은 이미 협력업체에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포스코.LG그룹.신세계 등은 다음주 초 일제히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낼 예정이다. 특히 사장.회장들이 직접 나서 편지를 보내는 곳도 적지 않다.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롯데건설 임승남 사장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편지를 보냈고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 LG그룹은 정도경영 TF팀 신용삼 부사장, LG건설은 김갑렬 사장 명의로 각각 서신을 띄울 계획이다. 편지 내용의 강도도 세졌다. 롯데쇼핑의 편지엔 윤리준수 사항을 어길 경우 거래중지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신세계는 비윤리적인 관행을 계속하면 거래상의 불이익은 물론 해당 사업부의 임직원을 징계하는 내용의 편지를 협력업체에 보낼 계획이다.

◆가족이 받은 선물도 반송="Q:생선 선물이 들어왔는데 당장 배송 인력이 없어 못 돌려보낼 처지다. 그냥 두면 상할 것 같아 먹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되는가." "A:냉장 보관한 뒤 연휴 끝나면 돌려보내고, 냉장고에 안 들어간다면 일단 먹고 같은 금액에 상당하는 물건을 결연 후원기관에 보내라. 어떤 경우에도 신고센터에 일단 신고는 해야 한다."

SK텔레콤이 '윤리경영 홈페이지'(http://ethics.sktelecom.com)에 올린 추석선물 관련 행동요령이다.

많은 기업이 이렇게 사내 인트라넷이나 윤리경영 사이트에서 선물 안 받기 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 KT는 최근 오픈한 '윤리경영 사이트(http://ethics.kt.co.kr)'에서 사이버 신고도 받는다. LG상사 금병주 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거래선으로부터 과도한 선물을 받는 것은 부정비리 행위로 향후 몇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직원들이 받은 모든 추석 선물을 회사 내 반송센터로 보내도록 했다. CJ홈쇼핑도 가족과 대리인이 받은 선물까지 3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했다.

◆실속 위주의 선물 겨냥=유통업체들은 올해 실속.소량 선물 중심으로 추석 선물 매출이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추석 세일.상품권 판촉에 돌입했다. 지난해에도 선물 안 받기 운동 속에서도 반송률이 0.3~0.6%에 그쳤고, 매출도 백화점별로 5~10% 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택배업체들은 냉동차나 냉장차를 대거 확보해 놓는 등 배송시스템을 강화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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