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조작' 병역비리 프로 야구선수 등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소변검사를 조작해 신체검사에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는 신종 수법을 징병대상자들에게 소개하고 거액의 돈을 챙긴 브로커와 이를 통해 병역을 면제받은 프로야구 선수 등이 적발됐다.

서울경찰청은 5일 김모(23)씨 등 프로야구 LG 소속 선수 3명과 이들에게 병역을 면제받도록 알선해주고 모두 42억원을 챙긴 우모(38)씨 등 병무 브로커 2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프로야구 롯데의 김모(27)씨와 서모(24)씨, SK의 윤모(26)씨 등 현역 선수 3명과 회사원 등 모두 6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추가로 신청할 방침이다.

?수법=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우씨 등은 2001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병역을 면제해주겠다"며 야구선수들과 접촉, 1인당 3000만~4000여만원을 받고 소변검사에서 신장 질환자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특정 약물을 제공했다.

과거 수술 등의 방법으로 면제를 받는 방법과 달리 간단히 약물 투여만으로 1~3차에 걸친 병원.병무청 검사를 손쉽게 조작한 신종수법이다. 약물을 받은 프로야구 선수들은 소변검사 직전에 요도를 통해 방광에 약물을 투입해 검사결과를 조작했다.

또한 종합병원에서 추가로 실시하는 조직검사를 조작하기 위해 검사 전날 저녁부터 검사 3~6시간 전까지 공복 상태에서 커피를 많이 마셔 이상증상이 나타나게 했다. 이들은 병무청의 면제 판정 이후에도 6개월~1년 정도 불시 재검사에 대비해 허위로 병원치료를 계속 받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과 병무청의 소변검사 때 검사관이 시료채취 과정을 직접 감독하지 않는 관행이 문제였다. 소변에 약물을 섞었는지를 판별하기 어렵다는 점도 허점이었다.

?파장=브로커 우씨에게서 압수한 장부에는 프로야구 선수만 40여명을 비롯, 연예인.일반인 등 8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 A씨와 축구 선수도 포함돼 있어 스포츠계 전반과 연예계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브로커 우씨가 96년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병역면제 수법을 제공했다는 단서를 잡고 병원.병무청.프로야구구단 등이 연루됐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병역법 공소시효가 3년으로 짧아 첩보에 의존하는 병역비리 수사에서 비리 혐의자를 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김종문.박성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