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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99년도 자동차 업계 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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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급속도로 회복된 내수 시장, 자동차 업체의 잇따른 경영권 변화…. 99년은 한국 자동차 산업사에서 유례가 없는 격변(激變)의 한 해였다.

올들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며 내수시장 판매량은 바닥을 쳤던 지난해보다 무려 65%나 늘어났다.

국제 입찰을 거쳐 현대로 넘어간 기아차는 미니밴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의 흑자를 내며 기사회생했다. 반면 외환위기의 여파에서 헤어나지 못한 삼성차와 대우차는 법정관리 및 해외 매각의 기로에 놓여 대조를 이뤘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도 크게 달라졌다.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값이 싼 액화석유가스(LPG) 연료를 쓰는 미니밴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폭발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초기 돌풍을 일으켰던 경차의 인기는 뚝 떨어졌다.

한편으론 자동차 세제 변경 등과 관련한 갖가지 정책 혼선.잇따른 급발진 사고로 소비자들에게는 꽤 혼란스럽고 불안한 한 해이기도 했다.

◇ 되살아난 내수와 수출〓지난해 78만여대에 그쳤던 내수 판매는 올해 1백29만여대(추정)로 껑충 뛰었다.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경기회복에 따라 위기 전 수준으로 되살아난 데 따른 것이다.

자동차 3사도 잇따라 신차를 내놓고 소비자들을 자극했다.올해 새로 나온 차는 ▶현대의 에쿠스.베르나.트라제XG ▶기아의 카스타.비스토.카렌스.리오 ▶대우의 누비라Ⅱ.매그너스 등 9종이나 된다.

수출도 크게 늘었다. 연말까지는 1백5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북미 시장에 대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수출 차종도 다양해졌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11만대)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22만5천여대를 북미 시장에 수출했다.

◇ 돌풍 일으킨 미니밴〓미니밴이 자동차업체마다 주력 제품으로 떠올랐다. 자동차 3사의 미니밴 판매량은 연말까지 16만7천3백여대로 예상된다. 지난해(4만8천9백16대)보다 3.4배나 늘어난 규모다. 전체 승용차 내수판매의 25%에 해당된다.

기아가 가장 많은 13만6천대를 팔았고, 현대의 판매량은 8만3천7백대. ▶카니발 6만2천대▶카렌스 5만8천대▶카스타 1만3천대▶트라제XG 6만4천대▶싼타모 1만9천7백대 등이다.

미니밴이 이처럼 인기를 끈 것은 세금이 적고 연료비도 싸 일반 승용차에 비해 유지비가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은 오는 2006년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미니밴의 인기는 내년에도 여전할 전망이다.

◇ 베스트셀러 1위는 EF쏘나타〓올해 국내 승용차 베스트셀러는 현대의 EF쏘나타. 지난해 초 판매가 시작될 무렵만 해도 경기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인기가 치솟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대우 마티즈는 경차의 인기가 전반적으로 시들해진 가운데도 비교적 호조를 보였다. 해외시장에서의 인기를 내수 홍보에 잘 활용한 덕분이다. 레저용 차량 인기에 힘입어 기아의 카니발과 카렌스는 각각 3, 6위를 차지했다.

수입차 판매는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BMW.벤츠 등 유럽 메이커가 다시 선두권으로 떠올랐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BMW의 5시리즈. 유럽 차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 지난해 인기였던 미국차의 판매는 다시 부진해졌다.

◇ 급발진 사고와 세제 논란〓잇따른 급발진 사고가 발생,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업체와 소비자단체간의 공방도 뜨거웠다. 급발진을 방지하는 '시프트 록' (정차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시동이 걸리는 장치)을 부착한 자동차가 인기를 끌었고, 급발진 보험에 가입한 이들도 크게 늘었다. 7~9인승 차량의 등록기준 변경(승합→승용)은 내년에서 후년으로 미뤄졌다.

이 와중에서 승합으로 등록된 차를 폐차 때까지 승합 기준으로 과세할 것인가를 두고 부처간 이견이 생겨 소비자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현재는 폐차 때까지 승합차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상태다.

이수호.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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