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턱없이 비싼 이자 환급하라' 할부금융사 상대 소송 봇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서울 금천구 시흥동 M아파트에 사는 김명중(43)씨는 지난 98년 할부금융사가 일방적으로 올려 어쩔 수 없이 내야만 했던 할부금 이자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金씨는 97년 6월 수원 정자지구 H아파트 25평형을 분양받으며 K사로부터 '최초 3년간은 연리 13.4%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3년마다 시장 사정에 따라 변동한다' 는 조건으로 1천6백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98년 3월 할부금리가 19.5%로 인상됐으며 이후 올해 초까지 16.5%로 낮춰지는 동안 비싼 이자를 내다 지난 7월 중도금을 내기 어려워 결국 분양권을 팔았다. 金씨는 K사에 최초 금리보다 더 낸 할부금 차액 90여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측이 응하지 않아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초 대출금리를 기존의 13~14%에서 19~20%까지 대폭 인상해 계약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할부금융사들은 현재 대부분 원래 금리 수준으로 환원했으나 金씨의 경우처럼 차액분에 대한 환급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YMCA 서윤경 간사는 "할부금융 고금리와 관련된 사람이 10만2천여명인데다 환불요구 금액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아야 1백만~2백만원에 불과하다" 면서 "금액이 적어 개별 소송이 쉽지 않고 특히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몇년씩 지루한 싸움을 벌이기가 어렵다" 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소비자 보호원 장학민 팀장은 "'할부금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현재 행정소송이 제기된 상태여서 소보원으로서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며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한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해 집단 소송제도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할부 금융사에 원래의 금리수준으로 회복시키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20여개 할부금융사는 이를 거부해 현재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인상분 환급에 대해 할부금융 업계는 행정소송 결과에 따르겠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기본적으로는 '돌려줄 수 없다' 는 입장이다.

여신전문금융업협회 관계자는 "행정소송 이외에 환급 등에 대한 개별 소송이 현재 19개사에 1백30여건이 걸려 있다" '며 "이번 행정소송에서 패하더라도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97년 당시 대출안내 문구가 '확정금리' 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신거래 기본 약관에는 '금융사정의 변화, 기타 상당한 사유로 할부 금융사가 이자.할인금.수수료 등을 변경할 경우 채무자는 이를 따르기로 한다' 는 조항이 있고 외환위기로 인한 고금리 구조는 이 요건에 해당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