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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부' 등 토종애니 삼총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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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해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거론됐을 때 가장 위기감을 느낀 분야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자본과 기술에서 열세인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맞서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앞섰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TV 방영을 목표로 현재 제작중인 몇 편의 창작물은 향후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의 행보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카툰파크의 '버미와 땡고추-유틸리티 파이터' . 전 6편으로 현재 5편까지 제작이 완료됐다. 방영 문제를 놓고 모 방송사와 협상이 한창이다.서울 국제만화페스티벌(SICAF)공식 캐릭터이기도 한 버미와 땡고추는 주인공인 호랑이(버미)와 빨간 고추(땡고추)의 이름. 이들은 컴퓨터 속 가상사회인 '컴 시티' 를 지배하려는 운영체계 다크와 맞서 싸운다. 음악 파일 웨이브(wave)가 등장하는 1편 '사라진 노래들' 처럼 주인공들이 전부 컴퓨터와 관련돼 있어 컴퓨터 교육의 효과도 기대된다.

2D(2차원)지만 1백% 컴퓨터상에서 작업한 풀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일반 셀 애니메이션보다 수정작업이 용이하다. 버미는 화날 때나 놀랄 때처럼 심리상태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모습이 귀엽다.

카툰파크는 '버미와 땡고추' 캐릭터의 원안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박세영 교수를 고문으로 공주문화대와 세종대.영상원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회사. 공주대 출신 이정민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다. 각 학교 재학생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일종의 산학협동체다.

'붕가부' 는 한국 멀티미디어 컨텐트진흥회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1년 반 전부터 관심을 모아온 작품. 제작사인 페이스(대표 한동일)는 4년간의 CG(컴퓨터 그래픽)전문 프로덕션의 경험을 살려 3D 애니메이션의 영역에 도전장을 냈다. 이미 지난 9월 KBS-TV 추석특집으로 한차례 방영됐으며 내년 7월을 목표로 26부작 TV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붕가부와 가붕가는 외계인 라이벌 부족. 어느날 달에 불시착한 이들이 겪는 갈등과 적응 과정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가 다채롭다. 타타르.흑두부.닝닝닝.징.소고.동동.도롱 등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어린이들에게 어필할 듯 하다. 아직 영상의 질감이 실물처럼 섬세하게 묘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주인공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M' '제 4공화국' 등의 드라마 음악을 작곡한 안지홍이 주제가를 맡았다.

내년 1월 KBS2 13부작 방영이 확정된 '삐까뽀 친구들' (인암) 역시 3D물로 핸드폰 총각.삐삐 처녀.밥통 아줌마.축음기 할아버지 등 의인화된 전자제품의 세계를 통해 세상을 엿보는 이야기다.엿본다 '는 뜻의 영어단어 'peek' 에서 '삐까뽀' 란 이름이 만들어졌다. 디지털 기술로 제작된 등장인물들의 동작이 아직 매끈하진 못하지만 독창적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그간 '50편 이상이 제작 중' 이라는 업계의 소문과 달리 사실상 TV방영을 통한 일반 공개까지 스케줄이 잡힌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세 편은 지난 18~19일 '99 부천만화축제' 에서 시험판을 선보였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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