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도 Y2K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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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2천년 1월초. 갑자기 세계 유가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이라크. 걸프만의 미나 알-바크르항을 통해 2백만 배럴의 원유를 선적키로 했으나 컴퓨터 시스템이 Y2K(컴퓨터 연도 인식오류)문제로 혼란을 일으켜 수송.선적 시스템이 다운됐다. Y2K 혼란은 곧바로 인근 중동 산유국으로 확산돼 세계 원유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진다-. " 이같은 가정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의 경제전문 통신인 블룸버그 뉴스는 19일 세계 석유자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Y2K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따른 원유 생산.수송.선적의 차질로 유가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뉴스에 따르면 중동의 6개 산유국 중 Y2K 문제에 대해 신뢰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한 국가는 사우디 아라비아 정도에 불과하다.

쿠웨이트의 경우 원유생산 부문과 관련된 컴퓨터의 Y2K 대책만 최종단계에 있을 뿐 정유와 수송 등 다른 분야의 Y2K 대책은 아직 준비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이란 국영 TV방송은 지난 3일 Y2K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새천년 초에 석유수송과 발전소.정보통신 시스템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국민들이 이에 대비할 것을 호소하는 충격적인 방송을 내보냈다.

이란 국가정보위원회 세페리 라드 위원은 "지금까지 40만달러를 투입,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시스템 안전성이 아직도 '완벽에서 먼' 상태" 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완공된 아락과 반다르 아바스 정유소의 컴퓨터 시스템도 Y2K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내년초 이곳에서 생산되는 하루 38만배럴의 원유의 수출과 수송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 정부도 19일 Y2K 문제 해결이 완벽하지 않다고 시인하고 선진국들의 협조를 요청했다.카타르는 Y2K 때문에 월초로 잡혀있는 공무원들의 월급날을 20일로 늦춘다는 발표까지 했을 정도다.

이밖에 이라크는 10여년 동안 계속된 UN의 경제제재로 국방 관련부문에서만 Y2K 문제를 해결했을 뿐 나머지 분야에서는 해결 정도가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란.아랍 에미레이트 등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엔의 공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두바이에서 활동 중인 컴퓨터 전문가 론 넬슨은 이와 관련, "아랍지역의 상당수 석유기업들이 컴퓨터 시스템에만 관심을 두고 컴퓨터 칩을 이용하고 있는 장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 이곳에서 Y2K 문제가 돌출할 가능성이 크다" 고 경고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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