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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플루 초긴장 학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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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일 오전 7시30분 서울 명동 계성여고 앞. 갑자기 찾아온 한파 탓에 목도리와 코트로 몸을 감싼 학생들이 잰걸음으로 교문을 통과했다. 마스크를 쓴 교사 다섯 명이 등교하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워 체온기로 발열체크를 했다. 김낙용 교감은 “고3은 지금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치명적이어서 위생 교육을 더 철저히 한다”고 말했다.

수능(12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고3 교실은 신종 플루 확산 분위기까지 겹쳐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됐다. 계성여고 고3 대부분이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한 교사는 마스크 위에 무선 마이크를 대고 수업을 했다. 이날까지 확진 환자가 6명에 그쳤지만 행여 환자가 늘어나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학교 3학년 담임 오상수 교사는 “마스크를 쓴 김에 잡담을 자제하고 묵언·수행하는 자세로 공부하라는 뜻도 있다”며 “그렇잖아도 조용한 고3 교실이 더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날부터 고3 수업을 오전까지만 했다. 학생들이 함께 있는 시간을 최소화해 신종 플루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다. 예년 같았으면 수능을 열흘 남긴 고3 교실은 밤늦도록 불을 훤히 밝혔지만 신종 플루가 고3 교실 풍경까지 바꾼 것이다. 3학년 채진아(19)양은 “옆 친구의 작은 기침소리에도 예민해진다”며 “날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신수동 광성고도 이날부터 3학년은 정규수업만 마치고 귀가시켰다.

◆부족한 수업 일수로 방학 단축 가능성=16개 시·도교육청이 지난달 말 휴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이런 기준에 대해 학교들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H고 교감은 “학급별 휴업은 교과 진도와 내신 성적 산출 시 형평성 문제 때문에 사실상 실시하기 힘들다”며 “의심환자 25%로 제시된 학년 휴업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학교장이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의 교감은 “단순 감염률보다 감염속도가 훨씬 중요한 휴업 기준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학교장들은 수업일수를 이유로 학교 휴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 S중학교는 지난주 확진환자가 10명 이상 나온 1학년 한 학급을 이틀간 휴반하기로 했다. 그러나 휴반을 결정한 날 오후 하루만 쉬기로 방침을 바꿨다. 교사들이 “이틀씩 수업을 안 하면 학사일정 안에서 수업을 보충하기 어렵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모 교장은 “방과후 학교 때문에 오후 9시 20분까지 시간표가 짜여 있어 방과후 보충 시간에 보강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는 방학을 단축해 수업일수를 채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과부 안명수 학교운영지원과장은 “휴업으로 법정 최소 수업일수인 198일을 못 채우면 겨울·봄 방학을 줄여 (수업일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법정 수업일수는 220일이다.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220일의 10%를 단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수업일수를 205일로 규정한 내부지침을 198일로 고치고 이도 못 채우면 방학을 줄이라고 일선 학교에 전달할 계획이다.

박수련·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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