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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야기-무인경비업체 ‘그린캅’ 내 고장은 우리가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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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캅은 작지만 강하다. 4년 동안 850개 업체가 고객이 됐지만 그동안 1개 업체도 이탈하지 않았다. [조영회 기자]

아산 시내거리를 다니다 보면 ‘그린캅’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차량을 목격하게 된다.

이미 아산에서는 익숙한 이름이다. 내 고장은 우리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아산 사람들이 만든 생활 밀착형 무인경비업체다.

4년 전 상록학원 이운종 이사장의 투자로 설립한 이 업체는 밤늦게 귀가하는 학원생들을 위해 순찰활동을 하던 직장방범대가 모태가 됐다. 이 이사장은 학생들의 안전귀가를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방범대를 운영해 오다 무인경비업체를 차렸다.

“돈 벌 생각은 하지 말고 수익이 남으면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일에 쓰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지역 토종 무인경비업체가 대기업을 누르고 빅3에 진입하는 이변을 낳고 있다. 성장속도만 놓고 보면 전국 최고 수준이라 관련 업계가 놀라고 있다. 무엇이 이 같은 성장을 이끌었는지 궁금하다.

빅3에 진입하다

우리나라 시큐리티(보안경비) 산업은 이른바 빅3 업체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지역 업체들은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역 토종 브랜드인 그린캅은 적어도 아산에서 만큼은 당당히 빅3 업체 중 하나다. 현재 가입업체 수만 850개를 넘어섰다. 4년 전 창업 당시 50여 개에 불과하던 가입자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업계가 놀랄 만한 성장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신뢰가 무기다

그린캅이 이처럼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신뢰다. 시작부터 무작정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우선은 가입업체를 온양 중심상권을 중심으로 늘려 나갔다.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곳이나 신청을 한다고 다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도심 상가에 가입자가 몰려 있다 보니 순찰도 자주 돌 수 있는 여건이 됐다. 그린캅 순찰차가 가장 많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가입자들은 자신의 사업장 주변에서 그린캅 순찰차를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고객은 가족이다

상록학원에 근무하면서 보안경비업체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 몇몇이 시작한 사업이니 시작부터 삐걱 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입업체 입장에서는 재산과 생명이 달린 일인데 쉽게 지역의 작은 업체를 신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린캅의 구성원들은 한결같은 성실함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그린캅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현장을 뛰고 전원이 가입고객의 전담요원으로 나서 사고 처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도와준다.

“내 고장은 우리가 지키겠다”는 약속을 믿고 가입 계약서에 사인한 고객 중 4년 동안 단 1명도 이탈자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린캅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다는 방증이다.

유령업체 소리를 듣다

그린캅의 성장은 빅3 업체를 긴장시켰다. 일부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그린캅은 유령업체이고 보험도 안 들어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도 퍼져 나갔다. 곧 망할 회사라는 중상모략도 있었고 직원이 1명뿐이라는 소문도 났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찾아 다니며 아니라고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이제는 오히려 경쟁업체 영업사원들이 도움을 요청해 오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조차도 그린캅의 놀라운 성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다

그린캅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한올고 여학생들을 위해 밤 8시~10시 사이 2차례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년부터는 다른 여중이나 여고로 확산시켜 볼 예정이다. 또 당초 창업 이념에 따라 수익금의 일부는 배구 꿈나무 육성에 쓰여 지고 있다. 아산배구협회장이기도 한 이운종 이사장은 둔포초 배구부 학생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진정한 수익이 발생하는 내년부터는 독거노인 지원 사업도 벌여 나갈 방침이다.

김형기(44) 그린캅 본부장은 “입사해 2년 가까이 밤 12시 이전에 퇴근해 본 기억이 없다. 그만큼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사장님의 뜻처럼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사업을 점 점 더 늘여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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